동남아시아가 글로벌 모바일 메시징 응용프로그램(앱)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동남아는 아직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다. 6억명 동남아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도 피처폰을 쓰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앱에 대한 선호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리서치업체 닐슨의 분석에 따르면 태국 휴대폰 사용자의 약 절반 가량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3%, 필리핀은 15%에 불과해 중국의 71%와 큰 차이를 보고 있다.
한 사용자가 여러 개의 메시징앱을 쓰는 것도 동남아시장의 특징이다. 시장조사업체 디바이스리서치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평균 4.2개의 메시징앱을 자신의 폰에 저장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동남아시장에서 메시징앱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나 많은 사용자가 게임이나 스티커(이모티콘) 등 부가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네이버의 라인과 중국 텐센트홀딩스의 위챗(WeChat), 카카오의 카카오톡이 서서히 동남아의 주류로 떠오르는 가운데 서구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앱들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1위 이커머스업체 라쿠텐이 9억 달러(약 9170억원)에 인수한 바이버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무료 문자와 전화통화를 제공해 인기가 높다. 바이버는 현재 글로벌 사용자가 3억명을 넘는다.
베트남의 잘로는 2012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1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와츠앱은 월 실질 사용자가 5억명 이상인 세계 최대 메시징앱이지만 동남아에서는 현지인 입맛에 맞는 서비스 제공 어려움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라인은 지난해 태국에서 와츠앱을 제치고 가장 인기있는 메시징앱으로 떠올랐다. 현지 광고를 강화하고 시장에 맞는 스티커 등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라인은 전 세계 사용자가 4억5000만명이며 그 가운데 태국은 2700만명, 인도네시아는 2000만명에 이르고 있다. 라인은 현지 무슬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캐릭터들을 스티커로 내놓는 등 현지화에 앞장서고 있다.
위챗도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티하우스(Teahouse) 등과 연계해 음료 할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