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침체 속 기상이변과 세계화와 더불어 유럽의 곡창 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곡물 등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해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세계 농산물 소비의 진공청소기로 불리는 중국이 수산물에도 눈을 돌리면서 애그플레이션에 이어 피시플레이션(수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는 지난 1960년대 녹색혁명과 같은 제2의 녹색혁명을 일으키지 않는 한 세계 식량 위기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기후전문가와 상품시장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 17년만에 엘니뇨 발생 확률이 높아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에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며 “2012년 하반기 이후 곡물가격이 추세적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앞으로 곡물가격은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엘니뇨란 열대 동태평양 적도부근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남아, 인도 호주 북동부 등은 가뭄이, 남미에는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곡물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폭발적인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율로 세계 식량안보 전쟁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도 이미 애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애그·피시플레이션 시대를 염두에 둔 농·어업 생산 전략을 다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애그플레이션 시대에 대비해 4년전부터 해외 생산기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 등 다른 나라가 달리 공기업 중심이 아닌 민간 중심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전략을 펴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진했던 글로벌 조달 시스템 구축도 실패했었다. 결국 전문가들은 정부 중심의 해외 생산기지 확보와 식물공장, 유전자 기술 등 새로운 농업기술을 통한 생산성 혁신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농업개발 사업은 시스템 구축에 엄청난 투자비가 소요되는데다 투자 위험이 커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감당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공기업도 투입하는 이른바 ‘공공형’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도 농업을 국가의 전략적 산업의 하나로 볼 필요가 있으며 기업도 농업을 전통적인 1차 산업이 아닌 새로운 성장엔진으로서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