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너도나도 대규모 해외 공장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해외 투자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서 ‘제조업 탈(脫)한국’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0대 그룹 기준으로 올해 해외에 완공했거나 완공 예정인 생산공장(증설 포함)은 총 7곳에 달한다. 현재 해외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까지 포함하면 총 18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삼성은 전자계열사를 중심으로 중국, 베트남에 대단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중국 시안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준공했고, 연말 완공을 목표로 인근에 낸드플래시 후공정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3월 베트남 옌빈공단 휴대폰 2공장에서 제품 생산을 일부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올 연말까지 1공장 수준인 1억2000만대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로써 베트남은 삼성전자 최대의 휴대폰 생산거점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호찌민에 오는 2017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해 70만㎡(약 21만평) 규모의 초대형 가전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이는 현재 삼성전자의 최대 가전제품 생산시설인 국내 광주사업장보다 큰 규모다.
삼성디스플레이도 2020년까지 베트남 박닌성 삼성전자 휴대폰 1공장 잔여 부지에 약 10억 달러 규모의 휴대폰 모듈 공장 설립 사업을 추진한다.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해부터 12억 달러를 투자, 박닌성에 각종 휴대폰 생산시설을 짓고 있으며, 삼성SDI는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의 2차전지 생산 공장 신·증설을 진행 중이다.
삼성 관계자는 “베트남의 값싼 노동력이 제품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며 “부품 계열사들의 베트남 동반 투자로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현대모비스), 중국(현대차)에 공장 증설을 준비 중이다. SK그룹도 사우디아라비아(SK종합화학), 스페인(SK루브리컨츠)에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있다.
LG그룹 역시 중국, 베트남에 가전공장(LG전자) 및 편광필름(LG화학) 생산공장을 세우고 있다. 이 외에 포스코, 한화그룹(한화케미칼, 한화L&C), 효성 등도 미국, 태국, 인도, 베트남 지역에 각종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해외 러시’가 이어지자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한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한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현지화 전략일 수 있지만 근본적 문제는 국내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각종 규제로 기업들이 생산시설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는 것을 막고, 하반기 정책과제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규제를 혁파해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효진 기자 js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