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국세청, 소득자료를 공개하라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입력 2014-06-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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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구소가 한 달여 전 국세청 통계연보 자료를 이용해서 최고소득층 1%의 소득 집중도를 추정해 보았다. 그런데 그 결과가 정말 놀라웠다.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1996년부터 2012년까지 늘어난 소득의 56.4%가 상위 10%에 집중됐고, 소득의 23.4%가 상위 1%에 집중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같은 기간 14.9%에서 21.7%로 증가했다. 또한 같은 기간 하위 90%의 소득은 16.1% 늘어났으나, 상위 1%의 평균소득은 같은 기간 2억9504만원에서 6억2959만원으로 113.4%나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종합소득세는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사업 및 부동산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을 포함한 소득이므로 최고소득층 대부분의 소득이 포함된다. 반면 영세 개인사업자들도 포함되므로 근로소득에 비해 소득 집중도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소득세 과세대상자의 소득 집중도도 매우 크게 나타났다. 근로소득세 과세대상자의 소득은 자료 부족으로 2008년부터 분석이 가능했다. 경제위기 직후인 2009년 상위 1%의 평균 근로소득은 2009년 1억3086만원에서 2012년 2억610만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90%의 근로소득은 2061만원에서 2244만원 정도로 8.9%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9.42%에도 못 미쳤다. 실질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그래도 경제가 성장했다고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그 과실을 맛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 일간지에 이 보고서 내용이 소개된 뒤 다음날 아침 일찍 국세청에서 전화가 왔다. 국세청이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작업을 했느냐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국세청이 최소한의 자료도 공개하지 않으니 국내 연구자들이 제한된 자료를 통해 이런 저런 추정작업을 하고 있다. 그 동안 학계와 일부 정치인이 국세청에 소득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국세청은 ‘개인정보가 드러난다’며 거부했다. 인적사항을 다 빼고 달라는 것인데, 무슨 개인정보란 말인가. 겨우 한다는 게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등에게 2007년 이후 100분위 자료를 제공한 게 다다. 국세청은 그걸로 “자료를 공개했다”고 우긴다. 그걸 진정한 의미의 공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나마 국세청이 홍의원 등에게 제공한 자료도 매우 제한적이다. 2007년 이후 소득자료만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심각해진 소득 불평등 흐름을 살펴보는 데 큰 한계가 있다.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소득 집중도가 일시적으로 완화돼 2007년 이후 수치만으로는 전체 흐름을 오판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국세청의 관련 소득자료의 전면 공개는 필수적이다. 구체적 자료에 근거한 정확한 진단과 분석이 나와야 소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사회경제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소득 집중과 불평등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그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제대로 나오겠는가. 그런데 이런 자료 공개는 온갖 핑계를 대며 거부하면서 관련 보도가 나면 득달같이 전화해 ‘동태 파악’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물론 그 동안 나를 포함한 국내 전문가와 연구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소홀히 다룬 것도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피케티 열풍’이 화제가 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학자들이 뒤늦게 많이 생겨난 것은 다행이다. 이들이 왕성하게 연구하고 분석하게 해 불평등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불평등을 해소할 정책 논의가 풍성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외환위기 이후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소득 양극화와 이에 따른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줄일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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