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가격을 하향조정한 기업들이 늘어난 가운데 신주인수권을 행사는 기업들이 증가해 오버행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7곳에 이르는 기업들이 BW 행사가격을 하향조정했다.
올해 초 한 차례 신주인수권행사액을 조정했던 이화전기공업이 지난달 29회차 신주인수원행사가액을 595원에서 505원으로 또 다시 조정했으며 이트론도 시가하락에 따라 행사 가액을 646원에서 533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제약공업도 행사 가액을 1780원에서 1736원으로 낮췄다.
동성화학은 1만9050원에서 1만7850원으로, 승화산업은 916원에서 816원으로 서린바이오는 9910원에서 9893원으로, 승화프리텍은 702원에서 695원으로 잇따라 행사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BW는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서 미리 약속한 가격에 새 주식을 수들일 수 있는 채권이다. 보통 사채보다 발행금리가 낮아 기업들에게는 저금리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기업이 BW를 발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에는 부담이 된다. 여기에 BW 행사가격을 하향조정 할 경우 유통 주식수가 많아지게 돼 주식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행사가액이 1000원인 BW를 총 1억원 규모로 발행한 뒤 주가가 떨어지자 행사가액을 500원으로 하향조정했을 경우 새로 주식시장에 풀릴 주식 수는 1만주에서 2만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같은‘물량폭탄’은 현실이 되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사이에 총 95개 상장사가 9283억원에 달하는 분리형 BW를 발행했다. 당시 발행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 2112억원 대비 4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특히 발행 기업 수가 이전보다 3배 가량 늘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부터 분리형 BW가 편법 증여와 재산 증식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발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자 자금조달이 필요치 않은 기업까지 BW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분별하게 BW를 발행했던 이들 기업들의 신주인수권 행사 기한이 닥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그동안 주가 하락으로 가격을 낮춘 기업들도 많아 물량부담은 더 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주가 하락을 이유로 기업들이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하향조정한 경우가 많았다”며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하향 조정할 경우 이는 주식 발행수의 증가로 이어지게 돼 신규 투자자들로서는 진입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BW 발행에 따른 오버행 이슈가 커지게 되면 소액 주주들에 불리한 것은 물론 기업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