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전달 기기의 경계가 사라진 N스크린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료 방송사와 이동통신사들의 N스크린을 통한 지상파 송출에 대해 저작권 위반을 지적하면서 방송을 제한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MBC, KBS, SBS)들은 SK텔레콤이 지난달 28일 출시한 ‘스마트미러링’에 대해 저작권 위반 등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미러링은 스마트폰 화면을 TV나 모니터와 같은 큰 화면에서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은 지상파 방송을 사용하기 위해선 합당한 대가, 즉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스마트미러링을 이용할 경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Btv모바일’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TV 등 대형스크린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며 “지상파 콘텐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데 현재 그러지 않고 있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TV용 N스크린 기기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지상파와 케이블, IPTV 등 유료 방송사업자 간의 갈등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상파들은 구글 크롬캐스트를 통해 미러링 서비스를 하고 있는 CJ헬로비전의 ‘티빙(tiving)’에 대해 저작권 문제를 지적했다. 결국 CJ헬로비전은 현재 구글 크롬캐스트를 통한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하지 못하고 있다.
크롬캐스트는 와이파이로 데이터를 수신하는 7㎝ 정도의 USB 모양의 N스크린 기기다. TV의 HDMI 단자에 제품을 꽂고 인터넷에 연결하면 평소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서 보던 방송, 영화, 유튜브 영상, 음악 등의 온라인 콘텐츠를 TV 화면으로 볼 수 있다. 문제가 제기된 것은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와 티빙 간의 계약 때문이다. 계약내용을 보면 지상파가 채널을 제공할 때 스마트폰, 태블릿, PC로만 한정돼 있다. 계약서상에는 TV에 관해 언급된 부분이 없다.
CJ헬로비전은 크롬캐스트와의 계약이 지상파 방송사들과 맺은 콘텐츠 제공 계약과는 별개라는 주장이다. CJ헬로비전이 이미 지상파에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의 콘텐츠 이용 대가는 완료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지상파들은 TV라는 하나의 스크린이 더 늘었기 때문에 별도의 계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유료 방송사업자 관계자는 “지상파가 주장하는 것은 계약위반 조항인데, 계약조건에 지상파를 모바일이나 PC 등에서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TV가 빠져 있다는 꼬투리를 잡아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휴대폰이나 스마트패드 등 다양한 기기로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는데 구글 크롬캐스트를 통한 TV 스크린으로 보는 것을 막는다는 것은 산업적 측면이나 소비자의 이득 측면에서 모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