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서비스기업 콜드웰뱅커에서 일하는 한 교민의 말이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연일 최고 행진을 펼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1분기 경제 위축은 과거일 뿐이라며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지표와 증시만 보면 미국 경제가 당장에라도 활짝 비상할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대다수 중산층에게 이는 남의 나라 얘기다.
USA투데이는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내보냈다. 100만 달러를 갖고 있어도 은퇴 자금으로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서만 900만명이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적어도 200만 달러는 갖고 있어야 노후생활을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단다. 200만 달러면 우리 돈으로 20억원이 넘는다.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중산층이라면 자신의 주장을 떳떳하게 내세워야 하며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또 중산층이라면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책상 위에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비평지가 매달 하나 이상은 놓여 있어야 한다고 배우고 있다.
200만 달러는 가져야 노후 걱정없는 중산층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먹고 살기도 바쁜데 매달 비평지는 고사하고 신문이라도 읽을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까.
미국 경제의 3분의 2는 소비가 차지한다. 소비의 중심은 중산층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온갖 장밋빛 전망에도 중산층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구매력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가계의 중간소득은 연 5만3000 달러로 물가를 고려하면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에 비해 7% 이상 줄었다.
집값이 올랐다지만 이 역시도 그림의 떡이다. 올 들어 4월까지 미국에서 가격 기준 상위 1%의 주택 판매는 전년 대비 21% 증가했지만 나머지 집의 판매는 7% 이상 감소했다. 콜드웰뱅커에서 일하는 교민의 말처럼 경제가 살아난다는데 대다수 미국 국민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일 수도 있는 일.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의 회복은 주택시장이 이끈다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지난해부터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결국 중산층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미국 중산층의 몰락은 기업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급 보석판매기업인 티파니의 1분기 매출은 전년에 비해 13% 늘었다. 반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해 미국의 물가를 움직인다는 월마트의 매출은 동일점포 기준으로 0.2% 줄었다.
CNN머니가 최근 실시한 설문인 ‘아메리칸드림폴’은 의미심장하다. 조사 결과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아메리칸드림’을 불가능한 것으로 봤다. 응답자의 63%는 아이들이 부모에 비해 더 나은 삶을 살기 힘들 것이라는 답도 내놨다. 조사를 5월 말에 실시했으니 미국증시가 여전히 랠리를 펼칠 때다.
조식스팩이라는 말이 있다. 복근이 아니다. 평범한 미국인들이 퇴근할 때 6개들이 맥주팩을 사들고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말이다. 조식스팩으로 대표되는 서민과 중산층이 살아나지 않는 한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회복은 ‘반짝’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한국 서민과 중산층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한국 중산층 가계가 노후를 위한 저축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장 소득 기준으로 2인 이상 도시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지난해 14.5%로 20년 전에 비해 2배 높아졌다.
데이터 수집 방식과 통계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저서 ‘21세기 자본론’을 통해 일으킨 파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모두가 아닌 1%를 위한 성장은 거품이라는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금융위기 사태를 통해 경험했다.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해묵은 논쟁을 뒤로 하고 모두를 위한 성장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