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라고 하면 피해만 준다는 인식이 강한데 이제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봄비는 수자원 확보, 대기질 개선 등에서 최근 6년 동안의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총 10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김백조 국립기상연구소 정책연구과장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봄비의 경제학’(부제: 봄비의 가치와 의미)을 발표했다. 봄비는 3월부터 5월 사이에 내리는 비를 일컫는다.
봄비의 경제적 가치는 △수자원 확보 △대기질 개선 △가뭄피해 경감 △산불피해 예방 등 4가지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백조 과장은 “일반적으로 비는 우리에게 수해 등 피해만 준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오히려 국민들은 봄비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면서 “봄비는 수자원 확보와 대기질 개선, 가뭄피해 경감, 산불피해 예방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는 60%는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40%만 육지에 남아 저수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봄비는 수자원 확보 측면에서 중요하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수자원 확보를 통한 경제적 가치를 환산하면 연평균 1599억원에 이른다. 연평균 강수량은 220.3㎜다. 강수 1㎜당 수자원 확보의 가치는 7억3000만원인 셈이다.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황사 피해를 줄이는 등의 대기질 개선 면에서는 연 1477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됐다. 미세먼지 분야가 704억2000만원, 일산화탄소 607억5000만원으로 비중이 높았다. 아울러 장기간 비강수일이 발생할 경우 봄비의 효과는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피해 경감 면에서는 연평균 2791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기록했다.
또한 산불피해예방 분야에서는 19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분야의 지난 6년 동안의 경제적 가치를 더하면 총 강수량 1322㎜에 경제적 가치는 10조 4619억언에 달했다. 대기질 개선이 7조6120억원으로 경제적 가치가 가장 높았고 이어 가뭄 경감(1조8788억원), 수자원 확보(9594억원), 산불 예방(117억원) 순이었다.
김 과장은 “봄에 비가 주기적으로 내리기만 해도 대기는 맑아진다. 지자체에서 노면을 세척해 공기질을 개선하는 것 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봄비의 양은 점점 줄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1954년부터 2013년까지 봄비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임과 동시에 10년 주기의 변동성을 보였다. 즉, 10년 동안 비의 양이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봄비의 양은 3월말과 5월초 사이에 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국가에서도 나타났다.
김 과장은 이에 대해 “겨울철 기압계는 서쪽에 고기압이 위치하고 동쪽에 저기압이 자리 잡는 이른바 ‘서고동저’의 흐름을 보인다”며 “이 같은 겨울철 패턴이 봄에도 이어지면서 차가운 공기가 3~5월에도 영향을 줘 비가 내릴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봄비의 양은 215.9㎜, 일수는 26.5일로 평년(236.6㎜, 24.8일)과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