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국장은 2일부터 이틀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잠재력 확충’을 주제로 열린 2014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에서 “아시아 경제는 과거와 같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긴 어렵겠지만 세계 경제에서 가장 활발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만찬기조 연설의 서문을 열었다.
그러나 “일부 아시아 국가의 경우 가파른 신용증가,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 재정건전성 악화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경제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거나 일본경제의 회복세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아시아 경제의 경기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국장은 또 “아시아 지역의 경기는 지난 20여년간 동조화 경향을 보여 왔다”며 글로벌 및 역내 차원에서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무역과 금융 부문의 역내 통합 진전은 역내 경제에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나 위기의 전이, 경기 동조성 심화 등 부정적 효과도 초래할 것”이라며 “역내 경기 동조화로 인해 아시아 국가의 위험분산이 어려워지는 만큼 글로벌 및 역내 차원에서의 안전망 구축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국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사용돼 온 LTV, 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는 금융 확장기에 효과가 있었더라도 금융 수축기에 그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면서 “일부 규제는 완화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IMF 국장은 총재와 부총재에 이어 직급으로는 IMF 내 서열 3위로 우리나라 정부 직급으로는 차관보에 해당하는 막강한 자리다. 이에 따라 그의 목소리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당국자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또 윤종원 IMF 상임이사까지 이날 한은 컨퍼런스에 참석해 역대 어느 때보다 화려한 IMF 인사들이 자리를 빛냈다는 전언이다.
IMF 아·태 국장 자리는 우리나라에 특별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에 재정긴축과 고금리라는 극약 처방을 강요했던 이가 당시 오스트리아인 휴버트 나이스 IMF 아·태 국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구제금융 결정을 맡았던 그는 ‘저승사자’로 불렸다.
그런데 그 자리에 이 국장이 임명돼 아·태 지역의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감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