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철(38)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이 남은 심리 일정을 포기하자 공범인 현재현(65) 회장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최근 반성문을 제출하면서 애초 부동의했던 검찰의 진술조서 내용을 모두 인정하고 증인 8명에 대한 신청을 철회했다.
김 전 사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동양그룹 계열사 매각에 적극 개입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현 회장의 아내인 이혜경 부회장의 신임을 받는 ‘비선라인’의 중심축으로 거론됐다.
현 회장과 공모한 김 전 사장은 계열사 CP를 다른 계열사가 사들이도록 해 1300억원 규모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28일 구속기소됐다. 지난 12일에는 동양시멘트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현 회장과 함께 추가 기소됐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며 혐의를 부인해 “책임감을 느끼는 태도가 아니다”란 질책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전 사장은 반성문에서 “그동안 억울하고 답답한 저 자신의 처지에만 도취해 있었다”면서 “제가 목소리를 높여 잘잘못을 따지며 싸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죄인의 자세로 숨죽이고 자숙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지금에야 깨달았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평생 재테크는 고사하고 아직 전셋집도 한 번 얻어보지 못한 평범한 월급쟁이”라며 “유일한 아들인 제가 구속되면서 (부모님께) 생활비며 의료비조차 드리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궁박한 제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조급했다”라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사장은 “(동양그룹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업체인) ㈜미러스를 설립할 당시 전ㆍ현직 임원들에 의해 장악된 그룹 구매를 통합하고 구매 비리를 척결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며 “수십 년간 관행화한 그룹 구매시스템을 개선하는 등의 과정에서 기존 기득권 세력들과 엄청난 분쟁에 휘말렸다”라고 동양그룹 전ㆍ현직 임원들의 비리 실상도 일부 밝혔다.
김 전 사장이 전향적 자세를 취한 가운데 현 회장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현 회장은 지금까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재판 전략을 택했지만 김 전 사장이 선처 전략으로 바꾸면 모든 재판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존 주장을 허물어버리면 엄청난 형량 선고가 불가피하다. 가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어려운 형국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