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에는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까지 받았다. 상태가 좋지 않아 선수생활은 더 이상 어렵다는 게 주치의의 설명이다. 그러나 나에게 좌절이란 없었다. 수술 후 상태가 호전되면서 재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지금은 재활치료와 함께 상체 위주의 간단한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일상적인 생활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물론 심하게 운동할 경우 재발 우려가 있어 주의하고 있다.
이제는 은퇴와 재기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관장님을 비롯한 주변 분들은 “이제 그만 해도 되는 것 아니냐”, “복싱으로써 할 만큼 한 거 아니냐”라는 말로 나를 설득한다. 사실 지금의 몸 상태로는 재기를 꿈 꾸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많이 다르다. 쓰러지더라도 링에 오르고 싶다. 은퇴를 하더라도 “김주희가 아직 건재하다”라는 것을 보여준 후에 은퇴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현재 6개 기구 세계챔피언을 보유하고 있어 지금 당장 은퇴를 하더라도 ‘영원한 챔피언’이 된다. 복서로서 그보다 명예로운 건 없다.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복서다. 복서는 링 위에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링에 오르지 못하는 챔피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링에 오르지도 못하면서 ‘영원한 챔피언’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부끄럽다. 그래서 다리가 부서지더라도 링에 오르고 싶다. 그것이 지금까지 성원해준 모든 분들을 위해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언제 올지 모를 단 하루를 위해, 부끄럽지 않은 김주희로 영원히 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더 링에 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