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식이 회복됐다. 이달 11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은 지 보름 만이다.
삼성그룹은 25일 “삼성서울병원 측에서 지난 월요일(5월 19일) 일반 병실로 옮긴 이 회장의 의식은 혼수상태에서 회복됐으며 각종 자극에 대한 반응이 나날이 호전되고 있고, 이러한 신경학적 호전 소견으로 보아 향후 인지 기능의 회복도 희망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의 심장 및 폐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은 완벽하게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밤 심장마비 증상으로 서울 한남동 자택 인근의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이튿 날 자정께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11일 오전 2시께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stent) 시술’을 했다. 지난 12일 오전에는 심폐보조기구인 에크모(ECMO)를 제거했으며 13일 오후 2시까지 약 60시간에 걸쳐 저체온 치료를 진행했다. 저체온 치료는 인체조직에 혈류공급이 재개되면 활성화 산소 등 조직에 해로운 물질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에 체온을 32∼33도로 낮춰 세포 대사를 떨어뜨려 뇌·장기 등의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다. 이 회장은 저체온 치료가 종료된 후 진정제를 투여해 일정 기간 수면상태에서 행하는 수면 치료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이 회장의 의식 회복을 서두르지 않고 진정치료를 계속해왔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병세의 차도가 있음을 나타내는 의미있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가족들은 이 회장이 즐기던 야구 중계를 틀어놓고 함께 시청 중이었다. 경기 도중 이승엽 선수가 스리런 홈런을 쳤고, 이를 중계한 아나운서의 외침과 군중의 함성이 TV를 통해 전해지자 이 회장이 눈을 크게 떴다. 이에 이 부회장은 김인 삼성라이온스 사장에게 “잘해줘서 (모든 선수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고, 김 사장이 경기 종료 후 이를 다시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에게 알렸다.
한편, 이날 발표로 한 때 떠돌았던 이 회장의 위독설은 근거없는 루머임이 다시 한 번 명확해졌다. 삼성그룹과 삼성서울병원은 이달 16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이 회장은) 대단히 안정된 상태에서 점차 호전되고 있다”고 이를 일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