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동일한 부실감사 회계법인에 대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이인규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김모(54)씨 등 24명이 대주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2009년 삼화저축은행 후순위채를 산 원고들은 은행 분식회계가 드러나 손해를 입자 제기한 소송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회계법인이 작성한 '적정의견'의 은행 감사보고서가 후순위채 증권신고서에 첨부됐다"며 "회계법인은 이 거짓 보고서를 신뢰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감사인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그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그런데 회계법인이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막연한 주장만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재판부는 최근 고모(78)씨가 대주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동일한 내용의 손배소송에서 회계법인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분식회계 된 재무제표에 '적정의견'을 기재한 감사보고서는 중요한 사항이 거짓인 것"이라며 "회계법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재판부는 "회계법인이 모든 대출의 상환 내역에 의심을 품는 것은 회계감사기준상 '전문가적 의구심'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인정된다"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하나의 재판부가 동일한 내용의 두 사건을 시차를 두고 심리해 정반대 결론을 내놓은 것은 회계법인이 선임한 대형로펌의 변론이 질적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