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킹’ PD 교체 사건 일지 [홍샛별의 별별얘기]

입력 2014-05-19 07:0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사진=MBC)

12일이다. 그 때부터 MBC 드라마국에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의 메가폰을 잡았던 김대진 PD가 애쉬번(최병길) PD로 교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갑작스런 교체였다. MBC 측은 “일신상의 이유로 하차하게 됐다”고 일축했지만, 사건의 전말은 그렇지 않았다. ‘호텔킹’ 집필을 맡은 조은정 작가가 PD 교체를 요구했고, MBC가 조율에 실패하며서 ‘호텔킹’ 연출을 교체하는 악수를 뒀다.

13일, MBC 드라마국 평PD들은 긴급총회를 주재했다.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날 평PD들은 PD 교체에 대한 자세한 사안을 공유하며 사태의 심각성 등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평창에서의 ‘호텔킹’ 촬영은 신임 애쉬번 PD가 촬영 A팀을, 담당 CP(책임 프로듀서) 김진민 PD가 B팀을 이끌며 진행됐다.

14일, 긴급총회를 통해 사안을 공유한 평PD들은 최창욱 드라마국장 등 간부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날 오후 평PD협회는 다시 2차 총회를 소집해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의견을 정리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15일, 평PD 대표가 드라마국장과 면담을 했고, MBC 평PD들은 3차 총회를 가졌다. 그리고 이날 오후 MBC PD협회, 미술인협회, 아나운서 협회 등으로 구성된 직능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MBC 직능협회는 “단물만 빨고 버려지는 껌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면서 “자율성과 창의성이 사라지고 공영성, 공정성마저 곤두박질쳐진 MBC는 미래와 비전도 없어진 난파선이 돼 침몰하는 형국”이라고 현 상황을 규탄했다.

16일, MBC 드라마국 평PD들은 MBC 여의도 사옥에 김대진 PD의 복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게재했다. 성명서를 통해 이들은 “작가가 연출을 교체하지 않으면 더 이상 대본을 쓸 수 없으니 결방과 연출 교체 중 택일하라고 협박했기 때문”이라며 PD 교체 진위를 설명했다. 이어서 “이번 사태를 좌시한다면 앞으로 어떤 작가, 제작사, 배우도 연출을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존재로 치부하게 될 것이다”며 “‘호텔킹’ 연출 김대진 PD의 즉각 복귀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17일,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 11회가 방송됐고, 제작진 소개 크레딧에는 기존 김대진 PD 이름 대신 새롭게 투입된 애쉬번 PD의 이름이 게재됐다.

MBC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공식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호텔킹’ PD 교체가 제작 자율성 침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PD 교체를 작가와 PD의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 일로 규정하고 있다. 좀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진통이라는 입장.

당분간 PD 교체에 대한 MBC 드라마국의 특별한 제스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이 PD 교체 논란에도 9.6%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제공)을 기록,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PD 교체 사태의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출진과 작가진 사이에 갈등이 존재했고, MBC 드라마국이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 채 PD 교체라는 고육지책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갈등의 배경과 PD 교체가 향후 작품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미지수다. 드라마 담당 PD를 작가의 요구로 갑작스럽게 교체한 것은 미증유의 사건이다. 때문에 이번 MBC 드라마국 PD 교체와 관련된 MBC의 향후 대응은 PD들의 제작 환경과 자율성에 대한 시금석이자 지표가 될 것이다. 드라마국 PD들 역시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 사태를 통해 군림하는 제작 PD의 권위적인 성격을 버리고,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의 갈등 조율과 의사소통에 조금 더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제2의 ‘호텔킹’ PD 교체 사태는 막아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부동산 PF 체질 개선 나선다…PF 자기자본비율 상향·사업성 평가 강화 [종합]
  • ‘2025 수능 수험표’ 들고 어디 갈까?…수험생 할인 총정리 [그래픽 스토리]
  • 삼성전자, 4년5개월 만에 ‘4만전자’로…시총 300조도 깨져
  • 전기차 수준 더 높아졌다…상품성으로 캐즘 정면돌파 [2024 스마트EV]
  • 낮은 금리로 보증금과 월세 대출,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 [십분청년백서]
  • [종합] ‘공직선거법 위반’ 김혜경 벌금 150만원…法 “공정성·투명성 해할 위험”
  • 이혼에 안타까운 사망까지...올해도 연예계 뒤흔든 '11월 괴담' [이슈크래커]
  •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를 때죠" 83세 임태수 할머니의 수능 도전 [포토로그]
  • 오늘의 상승종목

  • 11.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0,024,000
    • +4.17%
    • 이더리움
    • 4,537,000
    • +0.51%
    • 비트코인 캐시
    • 620,500
    • +5.44%
    • 리플
    • 1,015
    • +5.84%
    • 솔라나
    • 307,100
    • +4.07%
    • 에이다
    • 806
    • +5.36%
    • 이오스
    • 771
    • -0.13%
    • 트론
    • 256
    • +2.81%
    • 스텔라루멘
    • 180
    • +1.12%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800
    • +17.47%
    • 체인링크
    • 18,910
    • -1.46%
    • 샌드박스
    • 399
    • +0%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