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덴마크 연구진이 남성 불임에 관여하는 수십 종의 화학물질을 발견한 가운데 이 중 일부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건강·생활용품에 사용되는 것들로 밝혀졌다.
양국 연구진은 13일(현지시간) 학술지 EMBO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에서 새 기법으로 96종의 화합물을 조사한 결과, 3분의 1가량이 남성의 정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해 화학물질 가운데 자외선 차단제인 4-메틸벤즈아닐리드 캠퍼는 일부 선크림 제품에 사용되며 항균제 트리클로산도 일부 치약 제품에 함유돼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문제의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정자 속의 칼슘 농도가 높아져 정자의 움직이는 패턴을 변화시켜 난자의 보호막을 통과하는 능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번 논문 참여자인 닐스 스카케베크 코펜하겐 대학 병원 연구원은 “우리는 공산품의 내분비 교란물질에 노출되는 것과 정자 기능 저하 사이에 직접적 연결 고리가 있음을 사상 처음으로 보여주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복잡한 인간 신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실험실에 국한된 결과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영국 퀸메리대학의 콜린 베리 교수는 인간의 신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와 실험용기에서 도출된 결과를 나란히 놓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셰필드 대학의 앨런 페이시 교수도 보다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나와야 한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