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9일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050원을 내어준 후 한 달 만인 지난 7일 추가 저지선으로 설정된 달러당 1030원선도 하향 돌파했다. 이후 이틀 연속 1020원 초반에 마감했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이렇다할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9일(종가 1024.4원)에서야 외환당국은 존재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하락 속도에 비해 개입 시점도 늦은 감이 있고 그 강도도 예상보다 약했다는 해석이다.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는 그날 “정부는 최근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외국인 자금 유입,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등에 있어 투기적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며 “시장 쏠림을 유발하는 투기적 움직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국내보다는 역외시장에 대한 경고 메시지의 성격에 그쳤다.
또 같은 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하락 속도가 빨라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했지만 동시에 원고 현상에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아 시장 참가자들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는 “과거에는 원화절상이 수출부진을 이유로 경기에 안좋다 이렇게 도식적으로 이해가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원화절상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정도가 과거와 달라졌고, 오히려 실질구매력을 높여 우리의 부진한 내수를 살리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의 인식변화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경상수지가 지난 3월까지 2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원화 가치 상승 기조를 막을 수 없는 ‘대세’라고 판단하고 외환당국도 환율 하락에 완화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정부가 미국을 포함한 해외시선에 부담을 느낀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10월 인용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는 ‘한국의 GDP 대비 경상흑자가 적정수준(3~4%)보다 많고 원화 가치가 8%로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내부적으로는 정부가 수출 일변도의 경제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책기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이밖에도 국민소득 3만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원화강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이명박정부 때 국민소득 증가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고환율 정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며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 시대를 열 것이라고 약속한 한 박근혜정부는 작년 원화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함에 따라 원화절상을 용인하면서 목표달성을 이루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