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20원대로 하락한 것은 대표 수출산업인 자동차와 중공업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2분기 해외에서 신차 출시를 앞둔 현대·기아자동차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는 6월 미국 시장에 ‘LF쏘나타’와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해 세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올해 LF쏘나타의 미국시장 판매 목표량은 9만5000대다. 기아차는 2분기 미국 시장에 신형 ‘쏘울’과 ‘K9(현지명 K900)’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을 1050원대로 세웠다. 환율이 1050원대를 밑돌면 현대기아차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현대기아차의 매출액이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급격한 원화 절상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더라도 원가 구조가 갑자기 바뀌기는 어렵다”며 “환율 변동에 따라 현대차의 영업이익률 10%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특히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기아차가 환율에 민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조선사는 최근 중국업체의 저가 수주 역풍을 맞고 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체는 4월까지 630만CGT를 수주해 한국의 444만CGT보다 크게 앞서 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국내 조선업체의 누적 수주량은 16.9% 감소했지만 중국은 10.9% 증가했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통해 상선과 벌크선의 발주를 대부분 가져가고 있다. 반면 국내 조선업체가 강점을 가진 해양플랜트 부문은 발주가 부진하면서 실적 개선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수위를 다투던 국내 조선업계의 지난달 점유율은 13.0%로, 일본에도 뒤지면서 3위로 추락했다. 월별 수주량이 일본에 뒤진 건 지난해 1월 이후로 1년 3개월 만이다.
철강업계에는 북미발 반덤핑 조치란 악재가 닥쳤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일 한국을 포함한 7개국의 방향성 전기강판 사업자에게 5.34%의 덤핑마진 예비판정을 내렸다. 국내 피소 업체는 포스코와 현대종합상사 두 곳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산업은 경기 개선이라는 호재와 환율 하락이라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며 “악재를 이겨내기 위해 민간과 정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