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은 황창규<사진> KT 회장이 취임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황 회장에게 지난 3개월은 긴 터널과도 같았다.
그가 취임할 당시 KT는 이석채 전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고 경영 실적까지 악화된 상황이었다.
최악의 위기에 몰린 KT의 구원투수로 나선 황 회장에 대한 업계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이력이 오히려 ‘비통신계 출신’이라는 꼬리표까지 남긴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황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오로지 비용절감이었다. 그는 취임 직후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가장 먼저 자신의 급여 일부(기준급의 30%)를 비롯해 임원들의 급여도 일부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조직 슬림화를 위해 과감히 칼을 댔다. 조직개편을 통해 전체 임원 수를 25% 이상 줄이고 20개에 달하던 사업부문도 9개로 축소 개편했다. 최근에는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을 실시해 사상 최대 규모인 8300여명의 명예퇴직을 결정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이뤄진 만큼 그룹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황 회장은 일사천리로 이 모든 것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에게 닥친 현실은 혹독했고 돌아온 결과는 암울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평가 잣대인 1분기 실적이 형편없었다. KT는 1분기 41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2분기째 적자를 이어갔다. 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절반 이상(58.6%) 줄어든 152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5조846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2% 줄었다.
게다가 정보유출, 계열사 KT ENS의 불법대출 사기, 시장점유율 하락 등 악재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황 회장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야 했다.
지난 3월에는 12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취임 2개월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당시 “KT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후 발빠르게 대처했다.
또 최장 기간인 45일간의 영업정지 여파로 12년 만에 점유율 30%의 아성이 무너지기까지 했다. 지금도 최측근 인사 등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여전히 어깨가 무겁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KT의 가장 고질적 문제로 거론돼 왔던 ‘정권 입김과 개입’을 과감하게 단절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또 황 회장에 대한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 불신 등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업계는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해 전자업계에 기준을 제시했던 것처럼 향후 통신업계에도 통하는 그만의 법칙이 통용될 날이 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