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조의 성공조건] 말 뿐인 ‘규제개혁’ 불신 키워…“기업투자 환경부터 바꿔야”

입력 2014-05-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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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개 상장기업 유보율 1500% 넘어… 사건·사고와 무관한 제도 도입 문제

기업 투자가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답답한 모습이다.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사상 최고치 경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가 겉돌고 있다는 방증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에 이은 규제 개혁 끝장토론(규제개혁 장관회의)까지 정부가 올 들어 규제완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한 개각설, 다음 달 지방선거 영향 등으로 추진동력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각종 규제완화로 기업 투자를 되살려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공언해왔다.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해 올해 안에 경제규제의 10%, 2017년까지 20%를 감축하는 등 전방위적인 규제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재계는 그러나 최근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불안해하고 있다. 안전, 위생, 환경과 직결된 규제 수위를 높여야 하지만 경제규제 완화를 분리해 병행 추진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한 정책적 성향이 모처럼 생긴 규제개혁 불씨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월 발표한 ‘규제개혁 실패 요인’이란 보고서도 이러한 한국형 규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가 제시한 ‘규제도입식 사건해결 경향’이란 사회적 관심이 쏠린 사건·사고에 대한 대안이 사고 원인과 무관한 규제 도입으로 결론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일례로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입법이 추진 중인 ‘게임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이 많다”면서 “규제개혁은 더 이상 화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그는 “최대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나쁜 규제’에 대해서는 즉시 철폐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실행력 없는 규제개혁 드라이브는 기업들의 불신만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과거처럼 무턱대고 규제부터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무엇보다 기업들이 또 다시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서고 있어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0대그룹 소속 70개 상장사의 유보율이 1500%를 넘어섰다. 이는 전년도(1414.2%)보다 164.3%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다.

한 대기업 임원은 “투자 환경을 열어주지 않는 경제 활성화 정책은 무의미하다”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만큼,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라도 이중 규제나 해묵은 규제, 신사업 및 투자를 방해하는 규제 등을 혁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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