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이후 출시된 1호 금융상품은 자산운용업계에서 나왔다.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 펀드가 그 주인공. 이 펀드는 참전 원로인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기획됐다. 산수(傘壽)를 넘긴 원 회장의 모습에는 전쟁에 대한 아픔과 통일에 대한 염원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의 지휘 아래 신영증권과 신영자산운용 경영진이 통일 이후 북한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50여개 종목을 골랐다. 편입 비중은 대형주가 56.6%이고 중소형주가 34.1%, 코스닥이 9.3%다.
우선 철강금속, 음료품, 화학 업종, 인프라 업종 등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앞으로는 유통, 무역ㆍ관광, 금융주로도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종목으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아세아제지가 대표적이다.
실질적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주식운용 1팀 원주영 팀장과 운용진들은 펀드를 설계하기 전 탈북민들의 강연회를 찾아다니며 북한에 대해 공부했다. 가치투자를 철학으로 삼는 회사인 만큼 단기 성과보다 미래 통일한국을 생각하며 포트폴리오를 짰다. 보수의 일부도 남북협력을 위한 대북 관련 사업과 기금 등에 기부 및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가입 3년이 지나야 환매가 가능한 데다 판매사가 신영증권 한 곳이라는 약점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실제 지난달 13일 설정된 이 펀드에는 40여일 만에 180억원 넘는 돈이 몰렸다. 성적표도 우수하다. 설정 후 수익률이 무려 4.45%에 달한다. 1개월 수익률도 2.77%를 기록 중이다. ‘가치투자’ 상품 3인방 신영마라톤(0.85%), 한국밸류10년투자(1.52%), KB밸류포커스(1.1%)보다 최소 1.25%포인트에서 최대 1.9%포인트 더 높다.
펀드를 총괄 지휘하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펀드의 시작은 한국이 재도약하려면 통일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며 “시기의 문제지만 통일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믿음을 갖고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가치투자 18년 노하우를 담아 거시적인 관점에서 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영자산운용의 ‘통일펀드 대박 소식에 타 운용사들도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우선 하이자산운용은 통일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NH-CA자산운용도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