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뮤지컬 무대 꿈꾸는 앙상블의 좁아진 현실 [이꽃들의 36.5℃]

입력 2014-04-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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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의 활약이 돋보이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사진=뉴시스)

“스타를 둘러싼 과열경쟁이 출연료 문제 낳아.” MBC ‘허준’, ‘상도’, ‘대장금’, ‘이산’ 등 국내외 큰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를 연출해온 이병훈 PD의 2008년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주연급 연기자의 출연료 급등으로 인해 드라마 제작의 질이 떨어지고, 작품 본위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주된 요지다. 약 6년이 흐른 지금, 산업 외연의 확대를 거듭해온 뮤지컬계도 똑같은 몸살을 앓고 있다.

JYJ 김준수를 필두로,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진출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뮤지컬 시장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아이돌 스타가 기존에 갖고 있던 지지기반, 즉 두터운 국내 팬층은 물론, 해외 팬까지 국내 뮤지컬 시장의 소비자로 흡수시킨 것이다. 이 같은 요인은 K뮤지컬이 글로벌 킬러 콘텐츠로 부각 받는데 분명 일조했다. 그러나 전례 없던 티켓파워를 자랑한 아이돌 스타의 몸값은 구조의 불균형을 낳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조연급들도 덩달아 출연료가 올랐는데 단역배우 출연료만은 오르지 않았다. 출연자 감소에 따라 이들의 출연기회도 대폭 줄어들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병훈 PD의 지적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는 공연계 상황이다.

▲2014년 상반기 두드러진 흥행을 이끈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속 앙상블(사진=충무아트홀)

앙상블(Ensemble). 전체적인 어울림이나 통일, 조화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공연 용어로는 주조연 이외에 무대에서 따로 안무와 노래로 합을 맞추며 작품을 뒷받침하는 연기자들을 지칭한다. 앙상블을 둘러싼 수준 이하의 처우는 성장만을 추구해온 국내 뮤지컬계의 기형적 구조를 증명한다. 주연급 연기자의 치솟는 출연료와는 무관하게 이들에 대한 처우는 정체된 현실이다. 여전히 일부 제작사는 무대에 서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들의 꿈을 악용한다. 더불어 공연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한 대기업은 앙상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내세웠으나, 당사가 제작하는 작품에만 독점적으로 기용해 눈총을 사고 있다. 또, 앙상블로만 출연시켜 주조연급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한다는 약점을 지닌 것도 외면해선 안 될 부분이다.

뮤지컬 1세대로 꼽히며 최정상에 이른 배우 최정원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갑자기 뛰어든 일부 스타들은 나중에 자신의 개런티가 낮아진다면 앞으로 공연할 수 있을까요. 자존심 때문에 못 그럴 거에요. 저는 처음 무대에 설 때부터 한 회 당 5만원, 7만원을 받으며 한 단계씩 밟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에 감사해요. 지금보다 내려간다 해도 관계가 없죠. 과거에 우리 뮤지컬계는 ‘(주연급 배우로서) 내가 이만큼 가져가면, 스태프, 앙상블이 얼마나 적은 액수를 가져갈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고민을 함께 했어요. 지금처럼 ‘나만 많이 가져갈래’와 같은 사고와는 거리가 멀었죠.”

그야말로 조화(Ensemble)를 이루어야 할 뮤지컬 무대 위는 이제 충분히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무대 밖 사다리는 더욱 좁아지고 아득히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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