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 및 관련사에 대출을 실시한 모든 금융사를 점검한다. ‘금융판 중앙수사부’격인 금융감독원 기획검사국이 처음으로 실시하는 점검인 만큼 부실·불법 대출 정황이 포착될 경우 해당 금융사에 대한 대규모 제재가 이뤄질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 및 이와 관련된 회사에 대한 금융권의 부실 및 불법 대출 여부를 대대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청해진해운 등에 대한 대출 규모가 가장 많은 KDB산업은행, 경남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지난 25일 이미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기획검사국은 오는 28일 공식 발족하지만 유 전 회장 일가 및 청해진해운 관련 부실·불법 대출 가능성이 큰 만큼 금감원은 일반은행검사국과 특별은행검사국 검사역을 선제적으로 투입했다. 상호금융검사국이 맡고 있던 유 전 회장 일가 등에 대한 신용협동조합 현장 검사 등도 기획검사국으로 이관됐다. 이는 모든 인력과 자원을 기획검사국으로 집중해 유 전 회장 일가 및 청해진해운을 둘러싼 금융권 비리 가능성을 발본색원하라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긴급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에 금감원의 점검 범위는 기존 4개 은행과 10여개 신협에서 유병언 전 회장 일가 및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대출을 해준 나머지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사, 보험사 등 전 금융사로 확대된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청해진해운뿐 아니라 지주사 아이원아이홀딩스, 천해지, 아해, 다판다, 세모, 문진미디어, 온지구, 21세기, 국제영상, 금오산맥2000, 온나라, 트라이곤코리아 등 관계사에 돈을 빌려준 모든 금융사를 들여다 볼 계획이다.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대한 금융권 차입은 산업은행(508억원), 기업은행(376억원), 우리은행(311억원), 경남은행(306억원)이 가장 많고 하나은행(63억원), 신한은행(33억원), KB국민은행(12억원), 외환은행(10억원), 대구은행(6억원), 전북은행(4억원), NH농협은행(3억원), 한평신협(15억원), 세모신협(14억원), 인평신협(14억원), 제주신협(7억원), 남강신협(3억원), 대전신협(2억원), 더케이저축은행(25억원), 현대커머셜(18억원), LIG손해보험(1억원) 등도 대출을 해준 상태다.
청해진해운의 은행권과 신용협동조합 등에 대한 대출 의존도는 6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은과 기은은 전체 차입금의 절반 규모를 저금리로 빌려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유 전 회장 일가 및 청해진해운 관계사들의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한편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 대출 여부와 대출채권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적정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고 차입금 의존도가 과도한 업체에 저리 대출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특별검사에 착수한 4개 은행은 여신 규모가 커서 들여다보는 것으로 현재 어떤 금융사가 특별히 문제가 많은지 적발해 낸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