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관중의 경제학] 문화로 자리잡은 거리응원…기업 홍보의 장이라는 우려도

입력 2014-04-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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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필승 코리아!’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은 온통 붉은색의 물결이었다. 축구국가대표팀이 승승장구하면서 4강까지 진출함에 따라 팬들은 저마다 집밖으로 뛰쳐나와 모두 함께 대표팀을 응원했다.

이 같은 풍경은 해외 언론에도 크게 보도될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4년 뒤 열린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한일월드컵 당시의 응원 문화를 벤치마킹해 ‘퍼블릭 뷰잉(Public Viewing)’이라는 이름으로 거리 응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공공 장소 혹은 일정한 장소에 큰 모니터를 켜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방송을 보는 행위’라는 뜻을 가진 퍼블릭 뷰잉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바로 이때다.

수많은 독일 축구 팬들이 저마다 국기를 들고 광장이나 공동응원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모이자 당황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인접국 언론들은 “독일인들이 한데 모여 국기를 흔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등의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독일 제 2국영 TV 방송사인 ZDF 역시 퍼블릭 뷰잉의 현장을 보도하며 “독일인들이 자발적으로 국기를 들고 밖으로 나온 것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일월드컵은 분명 공동 응원이라는 새로운 응원 문화를 만들어 냈다. 이후 월드컵 뿐만 아니라 올림픽 야구 결승 같은 큰 국가대항전이 열려도 단체 응원단을 조직해 한 장소에서 공동으로 응원하는 경우들이 생겨났다.

이 같은 대규모 응원단이 운집함에 따라 문제점도 없지 않다. 대기업이 주최하거나 후원하면서 잡음도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후원으로 좀 더 편안하고 조직적으로 응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부분도 있지만 과도한 마케팅 의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한일월드컵부터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대표팀의 경기는 빠짐없이 서울광장에서 단체로 봤다”는 열혈 축구팬 김상민(41 서울 구로구)씨는 “초창기에는 순수하게 지인들과 맥주 한잔하면서 같이 축구를 보기 위해 밖에서 축구를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기업의 홍보전에 동원된 느낌도 든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경쟁 기업과 관계있거나 이를 연상시키는 응원가 대신 후원 기업과 관계있는 응원가만을 불러야 한다”며 “순수성을 잃었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팬들은 다른 장소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단체 관람을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는 서울광장에서 공동응원을 두고 현대자동차와 SK 텔레콤 등이 전면에 나서면서 서울광장 선점에 대한 문제가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결국 현대자동차 주관, SK 텔레콤 후원으로 가닥을 잡으며 해결됐지만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도 이에 대한 문제점은 언제든 드러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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