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이 기존 주식수의 40%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주가가 하한가로 직행했다.
22일 오전 10시 2분 현재 동국제강은 전일대비 14.72%(1700원) 내린 98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유상증자 결정에 따른 주가 희석 우려감에 하한가로 직행한 것이다.
전날 동국제강은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165억원4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지며 신주 발행 예정가는 8020원이다. 신주 2700만주가 발행되는데 이는 기존 발행 주식 수(6182만주)의 43.7%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동국제강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재무구조 안정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회사측은 “올해 9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2500억원 외에는 대규모 자금 수요가 없고, 이 또한 자체 보유 현금(등가물 포함 1조2000억원)으로 상환 가능할 정도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이번 유상증자는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재무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상증자 이후 부채비율(별도 기준)은 189.25%에서 167.78%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 결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유상증자 방식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자금 부담과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유상증자 신주 2700만주 가운데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2160만주를 기존 주주에게 배정하게 된다. 1주당 배정주식수는 0.3565주로 기존 주주들이 모두 증자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대주주 일가는 445억원, JFE가 263억원, 소액주주가 1025억원을 납입해야 한다.
김현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25.2%로 높지 않은 상태에서 증자비율 43.7%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가 이뤄진 점은 소액주주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라며 “소액주주의 자금 부담과 희석이 커서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증자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한다 해도 향후 흑자전환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증자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할 경우 연간 이자비용 320억원이 감소할 전망이지만, 업황 악화로 인한 손실 확대로 흑자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원재료인 슬라브 가격이 하락하지 않아 제품 ASP(평균판매단가)가 하락한데다, 하반기 현대제철 증설 물량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국제강이 1조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관리대상계열’ 지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리대상계열에 지정되면 주채권은행이 요구하는 경영정보를 수시로 제공해야 하며 신규사업 진출, 해외투자 등 주요 영업활동을 주채권은행과 협의해야 한다.
한편 동국제강은 주력 사업인 후판(조선·해양플랜트 철강재) 부문의 업황 악화로 2012년부터 연결기준 연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왔다. 동국제강은 2012년 235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1184억원의 순손실을 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