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보건복지부와 사고 현장에 파견된 의료인력에 따르면 극적으로 구조된 경기 단원고 학생들은 물론 목숨을 잃은 학생과 교사의 부모와 친지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안과 수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9시 현재 실종자가 270여명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그 숫자는 더 많아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학생 72명을 치료 중인 고려대 안산병원 차상훈 병원장은 “학생들이 외상은 경미하지만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로 불안과 수면장애,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이 늦거나 인지능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멍한 상태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일부 학생들은 아침에도 사고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식사도 거르고 심지어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문제는 이같은 정신적 피해가 안산시 전체로 퍼져 도시가 패닉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서울병원 하규섭 원장은 “이번처럼 한 한교의 학생 전체가 사고를 당하게 되면 구조된 당사자들은 물론, 가족들과 주변인들도 말못할 정신적 충격과 고통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적어도 수천명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될텐데, 그렇게 되면 안산시 전체의 문제로 제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경기도 안산 시민에 대해 대대적인 심리치료 지원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안산시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교육부 등 관계 부처 담당자, 경기도·안산시 등 지자체 관계자, 의료 전문가 등과 함께 심리치료 지원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고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자에는 생존 학생, 실종자 가족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모두 치료 대상에 포함됐다. 추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이중규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학생들에 대한 PTSD 예방뿐 아니라 1000명이 넘는 실종자 가족, 수학여행에 참여하지 않은 1·3학년 재학생도 살펴봐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며 “사실상 안산 시민과 지역 전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과거 국내에서 한지역민들이 단체로 사고를 당한 사례가 없어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이 없었다”면서도 “불행중 다행인 것은 PTSD 증세는 대부분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의 충격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심리치료 매뉴얼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PTSD는 큰 사건을 겪은 뒤 나타나는 불안장애다. 신체적 부상을 입었거나 생명에 위협을 느꼈던 위기를 겪은 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쉽게 놀라거나 항상 불안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이 1개월 이상 나타나면 PTSD를 의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