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가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의혹 사건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까지 나서 업계에 만연한 관행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검찰 수사에서 롯데홈쇼핑 납품비리가 조직적으로 일어났다는 정황과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2년 말 NS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에서 대규모 납품비리가 발생한 지 만 2년도 안된 상황에서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홈쇼핑 업체 고위 관계자는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이 대거 구속되고, 납품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이 확대되는 등 이번 사건의 무게감이 커지고 있다”며 “홈쇼핑 업체들의 납품업체 거래구조가 대부분 비슷한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정 당국의 수사가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롯데홈쇼핑 관련 비리 내용들은 업계 전반에서 행해진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롯데홈쇼핑의 문제가 자칫 업계의 관행 때문인 것처럼 인식돼 기존 홈쇼핑 업체들이 20년 가까이 쌓아온 고객과의 신뢰관계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홈쇼핑 업계는 그동안 납품비리 근절을 위해 자정 노력을 기울여왔다. CJ오쇼핑은 협력사가 MD(구매담당자)를 직접 추천, 선정하는 ‘트러스트 MD’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모든 직원 명함에 감사팀 연락처를 기재해 비리를 예방하고 있다. GS샵은 한 사람의 독단적 결정에 의해 상품이 선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품선정 협의회’를 정례화하고 있으며, ‘상품선정’과 ‘품질관리’, ‘편성’이라는 홈쇼핑의 3대 핵심 프로세스를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최근 협력사 직원들을 위한 ‘온라인 신문고’를 설치, 협력사 직원이 익명으로 윤리경영 위반 사례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들의 이러한 각종 재발방지 대책은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 사건으로 빛이 바랬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MD들이 상품 선정부터 편성까지 권한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백개가 넘는 회사에서 수준이 비슷한 제품들을 납품하고 있는 만큼 MD의 개인적인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납품비리를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홈쇼핑 업계의 업무 프로세서를 전부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미 공정위는 홈쇼핑 업계 전반에 대한 직권조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노대래 위원장은 최근 “(납품업체들이 신헌 롯데쇼핑 대표에게) 금품을 괜히 줬겠느냐”면서 “납품업체와 홈쇼핑 간 지위의 격차를 이용하는 등 거래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홈쇼핑 업계의) 위법 증거가 발견되면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래부도 가세한다. 미래부는 공공성과 공정성을 저해한 홈쇼핑 채널에 재승인 심사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 조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또 다른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미래부까지 나서 이를 점검하겠다고 한 이상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대비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을 가리켜 ‘롯데 게이트’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라며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 모르지만 과거와는 또 다른 대형 스캔들이 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