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일주도로와 근접한 묘산봉관광지구에 위치한 파크써더랜드는 한류열풍의 주역 ‘욘사마’ 배용준이 출연한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세트장이다. 2005년 100억원이 투입돼 한류팬들을 유입할 새로운 문화 명소로 꼽혔지만 철거작업마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계륵’으로 전락했다. 청암영상테마파크 측은 2006년 587억원을 들여 개발사업을 승인받았지만 5년 넘게 진행되지 않았고, 2012년이 되어서야 제주도로부터 철거 명령이 내려졌다. 2007년부터 200여만명의 중국, 일본 관광객이 찾은 이곳은 행정기관의 무관심 속에 지난해 말 철거작업이 마무리됐다.
한류의 온상인 드라마 촬영현장이 사후관리 부실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지자체는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적으로 거액의 혈세를 들여 드라마 세트장을 경쟁적으로 조성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문을 닫는 곳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시·도별 드라마 촬영장 및 세트장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드라마, 영화 촬영장 및 세트장은 전국적으로 총 35곳에 만들어졌으며 640억원 이상의 국비가 지원됐다. 지방비 역시 1700억원 이상 투입됐다. 하지만 단 10곳(28%)만이 운영되고 있으며 나머지 25곳은 국비 지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수입이 없는 곳만도 9곳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드라마 세트장 현황’에 따르면 ‘야인시대’ ‘사랑과 야망’,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촬영된 경기 부천의 촬영장, 드라마 ‘일지매’의 촬영지 충북 제천 드라마 세트장, ‘태왕사신기’의 충남 태안 세트장 모두 폐쇄된 상황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심도 있는 검증도 없이 앞다퉈 드라마 세트장을 유치하고 사후관리에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지속적 관리와 홍보로 관광객 유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흉물로 전락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모진 관광아카데미 정명진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열리며 관광수입은 460조원을 기록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볼 수 있듯 여기엔 한류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각종 드라마 세트장이 철거되고, 콘텐츠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한류 없는 한국에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류의 지속화와 함께 국내 관광산업 또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류를 통해 구축된 한국의 이미지에 걸맞은 서비스 제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짜 한류’가 담긴 우수 관광지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에서 적극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