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철이 되면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가 있다. 현직 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정책 남발이다.
서울시를 보자. 박원순 시장은 재선의지를 작년부터 내비쳤다. 그런 그의 행보 역시 올 초부터 유독 바빠졌다.
그가 만 2년여 동안 해오던 언론 인터뷰나 방송 출연보다도 올해 1분기 활동이 더 많았다. 재선을 위해 언론노출 빈도를 늘린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박 시장 못지 않게 공무원들도 바빠졌다는 데 있다. 왜 일까.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 대책, 복지사각지대 해소, 일자리 종합대책, 교육도시 기본계획 대책, ‘서울형창조경제모델-경제비전 2030’에 최근 ‘타요버스’에 이르기까지 부지기수다. 하루가 멀다고 설익은 각종 정책을 쏟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정책을 보면 관련 기관과 협의를 거쳐 좀 더 완성도를 높였으면 하는 아쉬운 부분들이 적잖이 있다.
예컨대 서울시교육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교육도시 기본계획’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정책은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두루뭉술하게 겉포장만 잘해서 시정을 잘 꾸리고 있다고 티만 낸 꼴이다.
물론 이런 행태는 비단 서울시만은 아니다. 전국에서 얽히고 설켜 있던 해묵은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툭 튀어나오곤 한다.
누가봐도 모두 급조한 냄새가 풀풀 나는 정책들 말이다.
선거 출마자들이 국민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공약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직에 몸담고 있는 단체장들은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 후보들과는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장관들은 선거에 나서기 위해 사퇴를 하더라도 청와대에서 후속 적임자를 찾아 임명하고 국회의 승인을 받는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서울시처럼 선심성 정책만 발표하고 시정을 돌보지 않는다면 수장이 없는 기관이나 마찬가지다. 그에 따른 시정 공백은 불 보듯 뻔하다.
물론 재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이 아닌 당사자들에게는 말이다.
서울시장은 천만 시민의 경제와 복지, 안전, 행복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천만 시민을 섬긴다면, 본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정책브리핑 도중 번번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이 아니라 소신 있는 정책 설명을 충분히 피력해야 옳다.
시민은 그저 우직한 자세로 목표한 정책을 차근차근 추진하는 그런 서울시장을 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는지, 아니면 그런 시민의 뜻을 알고도 내팽겨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재임기간 동안 천만 시민에 그런 믿음을 주지 못해 스스로 불안해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박 시장은 늘 일자리와 복지를 강조해왔다.
그가 ‘일단 재선해야 기존에 추진하던 일자리, 복지 등 연속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라는 논리를 펼친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재선, 삼선에 나서는 후보들의 공통된 변명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천만 시민은 ‘재선을 위해서라면’ 구악도 서슴지 않는 그런 박 시장을 보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재선을 위해 브리핑장을 서둘러 떠나는 모습을 천만 시민이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천만의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