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용 카지노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치권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카지노 진입 장벽을 완화할 경우 자칫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카지노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외국인 전용 카지노 투자 유치제도를 사전심사제에서 공모제로 바꾸는 ‘경제자유구역 지원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컨벤션, 쇼핑몰 등의 복합 리조트를 건설한다는 방침 아래 미국·중국계 카지노 회사인 리포&시저스(LOCZ)에 사업허가를 내준 바 있다. 이로써 LOCZ는 민원심사제 사전방식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적합 판정을 받은 유일한 외국 기업이 됐다.
LOCZ가 정부의 카지노 건립 승인을 받은 후 해외 대형 카지노 기업들이 영종도와 제주 등 국내 진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계인 라스베이거스샌즈, 엠지엠(MGM), 윈(Wynn)과 일본계 오카다홀딩스 등이 사전심사제에서 공모제로 전환되면 국내시장에 카지노 설립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국내 투자에 적지 않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 측 개정안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되기는커녕 첫 관문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문턱도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정안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유치제도를 현행 사전심사제에서 사전공모제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동안 카지노업을 하려는 기업이 사전심사를 신청하면 이를 개별적으로 심사해 허가 여부를 판단해 왔다. 하지만 공모제로 바뀌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문체부가 바로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허가 대상지역과 카지노 개수를 정한 뒤 국내에서 카지노 설립을 희망하는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공모하게 된다.
정부는 늦어도 오는 6월까지 법안 개정을 마치고 공모에 들어갈 계획을 잡았다. 그러나 당초 이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에 상정됐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무산돼 계류됐고, 지방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법안 개정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방 선거 앞두고 이미지에 타격을 우려해 먼저 개정안을 논의하자고 나서는 쪽이 없을 것이다”며 “지방선거가 끝난 후인 6월 국회에서나 이번 개정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야가 눈치싸움을 벌이는 사이 영종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 건립에 관심을 보인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늦어지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카지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국회에서 6월 이후에 공모제 심사가 논의 단계에 이를 경우, 국내 카지노 진출을 우선순위로 정했던 외국기업들이 추진동력을 잃고 발길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