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그룹, 한라그룹, 대성산업 등 13곳이 채권단의 재무구조 평가를 받아야 하는 주채무계열 기업에 새롭게 포함됐다. 현재 주채무계열에 속한 대한전선이 출자전환으로 제외되면서 지난해(30개)보다 12개 곳이 늘어난 42개 기업의 주채무계열이 선정됐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주채권 은행들은 주채무계열 대기업을 지난해 30개사에서 올해 최대 42개사로 대폭 확대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폭이다. 올해 새로 주채무계열에 선정되는 곳은 한라, SPP, 현대, 한국타이어, 아주산업, 이랜드, 대성, 한솔, 풍산, 하이트진로, 부영, 현대산업개발, STX조선해양(STX계열에서 분리) 등 13개 계열이다. 대부분 지난 2009년 이후 주채무계열에서 빠져 있던 기업들이다.
STX조선은 STX그룹이 해체되면서 주채무계열에서 빠졌다가 이번에 다시 들어오게 됐다. 반면 대한전선은 지난해 12월 67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성공하며서 신용공여액이 기준금액 이하로 감소 하면서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올해 주채무계열 대기업이 급증한 것은 부실 사전 방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이 관리하는 주채무계열의 편입기준이 금융권 신용공여액 비중 1% 이상에서 0.075% 이상으로 수정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주채무계열 선정기준 신용공여는 1조6152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약 1조2251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3901억원(24.2%) 감소했다. 사실상 국내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동양계열 등 금융권 차입을 회사채, CP 등 시장성 차입으로 전환해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대기업그룹이 부실화되는 등의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올해는 기업 부실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주채채무계열 선정기준을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정된 42개 계열의 주채권은행은 우리, 산업 등 6개 은행이 담당한다. 우리은행은 42개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 중 가장 많은 16곳에 대해 주채권 은행을 맡고 있다. 삼성, LG, 포스코, 두산 등과 함께 이번에 새롭게 편입된 한라, 한국타이어 등 5곳에 대해서도 주채권 은행을 맡았다. 반면 산업은행은 신규 편입계열 6곳의 주채권은행으로 계열 여신 최다 은행에 선정됐다.
주채무계열로 선정되는 대기업은 주채권은행이 기업정보를 관리하고 금융기관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정보공유 자체로는 기업 규제가 늘어난다고 볼 수 없지만 문제는 주채무계열에 선정되면 매년 채권단의 재무구조 평가를 받아야 하고, 결과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할 수도 있어 사실상 경영간섭이 불가피하다.
한편 다음달에는 채권단으로부터 주채무계열보다 한 단계 낮은 모니터링이 이뤄지는 관리대상 기업도 처음으로 지정된다. 주채무계열은 아니지만 취약 우려가 있는 대기업이 대상이다. 관리대상계열에 속한 대기업의 경우 주채권 은행과 정보제공 약정을 체결해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채권은행 간 가이드라인을 통해 감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