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은미(48)가 2년 만에 신보를 냈다. 미니앨범 ‘스페로 스페레(Spero Spere)’,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의 라틴어를 따왔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처럼 꾸밈없는 화법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타이틀곡 ‘가슴이 뛴다’의 노랫말이 잘 안 써져서 8개월 동안 고생했어요. 어떤 음악이든 간에 딱 떨어지는 옷이 있거든요. 그 옷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해결이 안 돼서 애를 먹다가 편곡을 마무리하면서 30분 만에 털었어요. 그때의 기쁨이란... 노랫말 작업이 굉장히 어려워요. 음악 전체 흐름에 딱 떨어지는 표현을 하면서도 그 안에 의미를 담고 멜로디에 집어넣어야하니까요.”
“저도 디지털 방식으로 녹음하고 있지만 피로감을 느껴요. 너무 말끔하거든요. 제 나름대로 여러 가지 방식을 시도해 봐요. 마음 같아서는 아날로그를 제대로 녹음할 수 있는 스튜디오에서 하고 싶은데 지금은 다 없어져 버렸어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쓰죠. 어떻게 듣든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야 하니까 거기에 집중해요. 음악은 소리로 전달하는 예술이니까 음악을 하는 사람이 좋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이번에 이은미는 음반을 먼저 발매하고 음원을 발표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취했다. 음악을 소장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출시일을 손꼽아 기다리다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곤 했던 풍경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대한민국 대중음악계 흐름이 너무 빨라요. 하루 만에 차트에서 사라지기도 하니까요. 우리만큼 흐름이 빠른 나라가 없어요. 이런 현실에 음악가는 어떻게 적응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녹음실에서 열심히 만들 때까지만 제 것이에요. 세상에 내놓고 나면 듣는 분들의 것이죠. 시장의 흐름 때문에 다시 새로운 곡이 나와서 대중의 관심이 옮겨가도 막을 수는 없어요.”
“지금은 이번 무대를 완벽하게, 다음 무대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후회 없이 마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중음악가의 생명력은 여러분들이 주는 것이에요.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데 음반을 내는 건 무의미하죠. 제 음악을 들어주고 콘서트 와주는 분들이 지속적으로 이은미란 가수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거에요. 그분들이 계시는 한 최선의 무대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