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이임식에서 장장 1시간 동안 고별강연을 해 화제다. 통상 퇴임하는 중앙은행 총재들이 간략히 퇴임사를 밝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는 특히 한은에 더 확대된 금융안정 책무를 부과하는 것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김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한은 별관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선진인류 글로벌 BOK를 기리며’라는 주제로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강의를 했다.
그는 고별강의를 한 이유에 대해 “여러 다양한 기관에서 조직을 책임, 관리해 본 특이한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동료직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지식과 경험을 강의로 전달하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고 판단했다”며 “이임사라는 오래전부터 관행화된 형식보다는 고별강연을 통해 그동안 고민했던 문제들을 여러분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기회로 이 자리를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또 임기 4년 동안 100건을 초과하는 크고 작은 개혁과제들을 숨 쉴 틈 없이 수행해 왔지만 선진일류의 중앙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미완의 과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한은에 조금 더 확대된 금융안정 책무를 부과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에 더 적합하다”며 “물가아정과 금융안정의 책무가 병존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학술적으로 더 정리가 돼야 하는 분야지만 금융안정의 기능이 확대되면 영국과 같이 통화정책위원회(MPC)와 금융정책위원회(FPC)를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다만 “이러한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미국의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와 같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함으로써 중앙은행의 금융안정에 대한 책무가 조금 더 실질적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이론적 연구만 하고 시장은 논리적 분석 없이 현실만을 관찰하는 관행을 지양하고 정책과 시장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원화 국제화와 금융국제화에 박차, 낮은 동료평가 비중을 높이는 내부평가제도 재정립, 교육훈련제도 정착 등도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