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유태인의 토론교육 '예시바' -김해겸 청덕고 교장 ·용인대 외래교수

입력 2014-03-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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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본질은 배우고 묻기이다. 배움은 모르는 것에 대한 탐구이고 따라서 배움은 ‘왜’라는 물음이 있을 때 이루어진다. 우리는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이 창피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ㆍ고등학교에 가면 입시 암기 위주 교육으로 정답찾기 교육에 몰입한다. 시험에 나온다는 말을 듣고 무조건 외워서 답을 한다. 이래서는 창의적인 인간의 육성은커녕 천편일률적인 인간을 양성할 수밖에 없다.

어느 중학교 1학년 도덕과목 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대체로 사람의 꿈은 언제 결정되는가?’이다. 주어진 선택 항목은 ‘㉠ 10대 ㉡ 20대 ㉢ 30대 ㉣ 40대 ㉤ 50대 교육’이다. 여러분은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정답은 ㉠이란다. 왜 ㉠이 정답이냐는 물음에 학생들은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고 그렇게 암기했단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사람의 꿈이 어떻게 10대에만 결정될 수 있는가?

우리의 교육 방법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창의적인 인간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틀에 박힌 정답찾기에서 벗어나 토론식으로 교육 방법을 혁신해야 할 시점이다. 유태인의 전통적인 교육 방법인 예시바(Yeshivah)를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예시바는 유태인의 전통적인 교육기관으로 일종의 도서관이다. 이곳은 탈무드를 공부하고, 유태인의 가치를 연구하는 곳이다. 예시바가 다른 도서관과 달리 특별한 점은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큰소리로 떠들고 토론을 한다는 것이다.

예시바의 책상은 둘 이상이 마주보고 앉도록 놓여 있다. 바로 토론과 논쟁을 위한 좌석 배치다. 유태인들에게 공부는 그냥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의견을 발전시키고 책의 의미를 더 깊이 파악하게 된다.

토론이 잘 이루어진다는 것은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토론을 잘 하는 유태인들에게는 ‘남보다 뛰어난 것’이 아닌 ‘남과의 다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태인의 격언 중에 ‘100명이 있으면 100개의 서로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질문과 토론을 통한 공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도달하는 창의성의 발견, 이것이야말로 유태인 교육의 본질이자 이들의 저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도 질문하는 것을 책망하는 대신에 확실히 알 때까지 질문하는 것을 권장해야 한다. 토론을 통해 개성을 발견하고 진정한 앎과 지식을 추구하도록 예시바와 같은 시끄럽게 떠드는 도서관이 활성화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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