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송별 만찬에서 “한은에서의 은퇴뿐만 아니라 공인으로서 벗어나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그는 은퇴 준비에 대한 심경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김 총재는 “작년 학교에 있다 퇴임하는 친구들에게 은퇴(retirement)를 한다는 것은 일생 동안 끼고 산 타이어(tire)를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다시(re)’ 교체하는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며 “하지만 막상 제가 은퇴할 때가 되니 무슨 타이어로 갈아 끼워야 하는 건지, 종착역에 왔다고 생각을 하고 다시 버스를 갈아탈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하는 건지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쉼 없이 100km의 속도로 인생을 내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하니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누구보다 화려한 인생을 산 그였지만 은퇴 시 느끼는 혼란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독 논란이 많았던 한은 총재 4년간의 임기에 대해 “‘질풍노도’의 시기였다”고 표현한 그는 “한은에 제한적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고 설립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도 포함시키는 한은법 개정안 통과를 임기 동안 가장 어려웠지만 보람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 총재는 종종 퇴임 시점의 경제상황으로 평가받는다”며 “한은이 다 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경제가 4년 전에 비해 위상과 상황이 더 좋아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성장률이 3.0%를 기록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돌아왔으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이전에는 신흥국으로 분류됐다면 이제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간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현재 지난 임기 동안의 활동과 고민을 담은 책을 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오는 가을 학기부터는 대학에서 강의를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