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신’ 이승환(49)이 드디어 정규 11집 앨범 ‘폴 투 플라이(Fall to Fly)’를 발매했다. 2010년 10집 ‘드리마이저(Dreamizer)’ 이후 꼬박 4년 만이다. 세월은 이번 앨범에 무게감과 완성도를 더했고, 가수 이승환은 좀더 단단해졌다. 긴 시간만큼 공들인 11집에 그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제 음악을 거창하게 표현하는 것은 민망해요. 음악은 기본기에 충실해야 해요. 저는 기본기에 충실한 사람이죠. 이번 앨범은 마스터링만 6번 했어요. 더 촘촘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서요. 그래서 사운드만큼은 자신 있어요.”
하마터면 우리는 그의 11집 앨범을 영영 못 볼 뻔 했다. 정규 10집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때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너무 비참하게 망했어요. 다시는 앨범을 안 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가 봐요. 비참했던 기억을 잃어버린 거죠. 2년 전부터 영감이 막 샘솟더라고요.”
‘폴 투 플라이’, ‘비상을 위한 추락’이란 뜻이 담긴 앨범명은 이승환의 소망과 맞물려 있다. 비상하고 싶다는 메시지, 답답한 상황에서 깨어나란 사회적인 메시지, 청춘을 위로하는 메시지 등 다양한 의미를 실었다.
“일종의 자존심과 사명감이 어우러진 느낌으로 정규 앨범을 작업했어요. 한 곡만 해서 그 얘기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 얘기를 들어달라는 생각이죠. 그래서 싱글이 아니라 정규를 계속 내요. 정말 열심히 만든 앨범이에요. 그동안 완벽주의란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이번에야말로 완벽주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게 열심히 한만큼 더 많은 대중이 알아줬으면 해요.”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는 ‘너를 향한 마음’,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다만’, ‘천일동안’ 등 그의 노래가 무려 10곡이나 사용됐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세월은 그를 90년대 주옥같은 발라드를 남긴 가수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많은 분들이 제 옛날 음악에만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늘 새로운 음악을 부르고 싶은 창작가인데. 실력이 과대평가 됐던 젊은 날도 있었어요. 1, 2집은 팬들이 가장 좋아하지만 가장 창피한 음악이었어요. 모든 면에서 떨어져요. 사운드도 그렇고. 가사도 너무 유치하죠. 실력이 있으면서 B급 문화이면 괜찮은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너무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죠. 스스로 교만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승환은 이번 앨범을 통해 뭔가 보여줄 작정이다. 대중성을 잡은 타이틀곡 ‘너에게만 반응해’를 비롯해 앨범명과 동명의 곡 ‘폴 투 플라이’, 배우 이보영이 피처링한 ‘쏘리’, 특별한 의미를 담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등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 음악으로 주된 팬층인 30~40대는 물론 10~20대도 아우를 계획이다.
“처음에는 음악이 정말 좋아서 시작했어요. 지금은 취미활동인 것 같아요. 돈을 벌수는 없지만 정말 좋아서 하는 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