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보기 위해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왔지만 자식과 연락이 끊겨 오갈 데 없이 버림받은 노인들이다. 천륜마저 끊어야 할 정도로 세상이 삭막해졌다는 증거다.
나이 든 노인만 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취업을 못하거나 취업을 하더라도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이른바 ‘캥거루족’도 늘어가고 있다.
‘캥거루족’은 비단 우리 사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용어의 차이만 있을 뿐 전 세계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 이후로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불거진 사회 문제다.
영국에서는 부모의 퇴직연금을 축내는 자녀를 ‘키퍼스(kippers)’,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떠돌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자녀를 ‘부메랑키즈(boomerang kids)’라고 부른다.
이렇듯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철없는 젊은이들은 나라를 막론하고 부모 세대에게는 부담이다.
이렇게 각각의 세대가 서로에게 부담으로 여겨지면서 세대 간의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모 세대는 젊은 세대를 거쳐 왔음에도, 자녀 세대는 앞으로 부모 세대를 겪게 될 것임에도 세대 간의 화합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그에 따른 가족 관계의 변화가 세대 갈등을 낳기도 한다. 한 지붕 아래 3대가 함께 사는 가족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대 간의 갈등과 양극화를 해결해 사회통합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이유는 각 세대가 서로의 세대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라는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노인을 ‘자기 몫의 회전이 끝났음에도 회전목마를 떠나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렇듯 젊은이들은 노인을 공경해야 할 어른이 아니라, 사회에서 쓸모 없어진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정년퇴임’이라는 명목 아래 우리 사회는 세대 간의 양극화를 더욱더 조장하고 있다.
세대 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젊은이와 노인 모두를 동등한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움을 주고받는 세대로의 구분이 아닌 개개인이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구성원의 일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또한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복지 혜택도 장기적 시각 아래 이뤄져야 한다. 사회의 굴레 속에 수많은 인력을 가두고, 점점 더 설 자리를 빼앗는 것은 오히려 사회가 세대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서로의 역량을 저평가하고 서로의 자리를 빼앗는 정책이 아닌 각 세대가 동등한 관계로 상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세대 간의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제도적 차원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