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안정을 해하고 시장을 혼란시킬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적 받고 있는 1000조원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또 최근 고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재차 일축한 것은 물론 물가안정목표제를 벗어난 것이 통화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아울러 이주열 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한 평가와 따로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다음은 김 총재와의 일문일답.
▲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 내놓고 있는데, 근본적 해결 위해서는 금리를 변동시켜야 하는 것 아닌지.
- 가계부채를 보는데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 하나는 부채가 커져서 경제운영의 불안 요인이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가계부채가 소비여력과 저축을 줄이는 측면에서 논의하고 있다. 가계부채 자체가 금융안정을 해하고 시장을 혼란시켜 위기로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봤을 때 금융 제도의 불안을 유발할 것은 아니다.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성장이 부채를 뛰어넘는 경우 인플레를 일으켜 빚을 낮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는 긴축을 하고 빚 가진 사람들이 더 노력해서 갚는 방법이 있고 정부가 빚 탕감을 해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성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금리는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위해서 조정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
▲ 1000조원이 넘어선 가계 빚에 대한 통화정책 책임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가계부채가 없으면 어떻게 됐을 것이냐는 분석 없이 마냥 지적하면 안 된다. 정부 부채가 한 나라의 경제를 위기로 갈 확률이 높고 그 다음이 기업, 가계 순이다. 우리 경제 상황에서는 부채보다 성장을 더 빨리 늘려 소프트랜딩을 강구하는 것이 맞다. 중앙은행은 모든 문제의 책임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정책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앙은행의 정책은 무차별적으로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 수출 지표나 산업생산 등 경제지표의 회복세가 미약한데 하반기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근거는 무엇인지.
-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은 성장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입이 줄어서 흑자가 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아직 세계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괜찮다고 본다. 소비는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설비투자 문제를 지적하는데 길게 생각해보면 3, 4분기에 전기비 5% 정도 성장했다. 그런 상태에서 1, 2월에 마이너스였다는 게 전체 경기를 약화시킨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 경제는 회복되고 있고 유로 지역의 경제도 올해 1.2%로 성장률을 올리는 상황이다. 또 중국이 7.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하반기 들어서는 위험요인이 낮춰질 것으로 생각한다.
▲소비자 물가가 낮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물가목표 레인지를 벗어난 것이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있는데.
- 1998년 이후 인플레 타깃팅 하면서 3%를 중심수치로 잡아 플러스·마이너스 했다. 이 부분을 작년에 바꿔서 2.5~3.5%라는 레인지를 갖고 인플레 타깃팅을 하겠다고 했다. 그 전에는 3%라는 중심축을 없앴고 3%에서 플러스하면 4%로 좀 높기 때문에 낮은 수준으로 가야 한다는 게 당시 목표였다. 이전에는 근원물가가 4% 넘어서 인플레를 어떻게 막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따라서 4%라는 숫자를 3.5%로 낮춘 것은 매우 큰 결심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낮은 인플레 상태에서 디플레이션을 얘기하지 않는 건 모든 분야에서 물가가 떨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을 보면 1.7%, 그 전에는 1.9%였는데 이런 부분을 가지고 마치 저물가가 디플레로 연결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무상보육과 같은 정책 변수가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앙은행의 목표는 경제주체들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이다. 국민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아직도 2.9%다. 경제주체들의 인플레 기대심리가 왜 2.9%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4월 경제전망 수정할 예정인데 전망치들을 수정할 만한 대내외 경제여건의 변화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선진국은 약간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신흥경제권은 정정불안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있어 조금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그 폭 자체가 클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이번 4월부터는 개편되는 체제하에서 발표하기 때문에 GDP 수준이나 성장률에 있어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조직, 인사 등 한은 개혁을 시도했으나 부정적 평가와 후유증이 지적되는데.
-추진한 개혁이 이득만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국민의 중앙은행이기 때문에 과거 사회와 유리된 것을 줄이려고 노력한 것이다. 하지만 그 빛과 그림자 중 빛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임기 동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다. 지난 4년간 금융위기 상황이었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많이 변화했다.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단 한 번의 마음의 여유나 편안함을 갖지 못할 것 같기 때문에 지금 아쉬운 점을 말하기 어렵다.
▲지난 4년간 한은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한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세계적으로 한은의 위상을 높이고 직원들 고품질 보고서 많이 나오는 것은 획기적인 변화다. 그 중 가장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이 여러분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다. 제가 많은 정보를 주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통위 의결문을 발전시키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매우 노력했다는 것도 큰 변화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금리를 인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영향이 있다면.
-방향성의 문제다. 학술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모르겠으나 중앙은행 총재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볼 때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다. 인상·인하·동결 어떤 경우든지 사회정책은 선택의 문제다.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항시 있는 것이지 사회정책에 정답은 없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듣고 싶은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은?
-미 연준 및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말하는 것과 거의 내용이 같도록 노력했다. 여러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었지만 잘 안된 것은 안된 것은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 퇴임 후 가을 학기부터는 파트타임으로 강의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총재로서 임기 동안 격변의 시대였다. 제가 임기를 잘 마무리한 것은 저로서는 축복이었다.
▲ 한은의 주택금융공사 추가 출자 계획에 대해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 발권력 동원 얘기는 너무 나간 거 같다. 금통위에서 알아서 판단해서 의결할 것이다.
▲ 이주열 한은 총재 후보자에게 다음 금통위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답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
이진영(mint@etoday.co.kr)·김민지(kimmj@etoday.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