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원수’, ‘암 덩어리’ 발언에 이어 12일에는 “사생결단하고 (규제와 한판) 붙어야 한다”고 하는 등 연일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규제개혁을 주문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부 관계자, 기업인, 지자치단체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한 기업 관계자가 “이 자리에서 나온 규제 완화 얘기가 잘 지켜질지 걱정된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안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요즘 ‘대통령이 규제에 대해 그렇게 강한 얘기를 하느냐’고 하는데, 오늘 말씀을 들어보면 조금도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지 않느냐. 더 세게 말해도 지금 규제 상황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미래세대가 정말 발전한 나라를 우리들로부터 이어받느냐, 그렇지 않으면 그냥 발전하다가 쪼그라들어가지고 정말 못난 선배들이 되느냐 하는 이런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불타는 애국심, 나라 사랑하는 마음, 절대로 대한민국이 여기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경제 발전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0일에는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을 자꾸 죽이는 암 덩어리로 생각하고 겉핥기식이 아니라 확확 들어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작심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달 3일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선 “관광객을 속인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고, 이어 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에서는 “진돗개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 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11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일자리를 아무리 외쳐도 규제를 혁파하지 않으면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지적했고, 19일 환경부 업무보고에선 “우리가 호수에 그냥 돌을 던져도 개구리에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간절하고도 다소 거친 표현을 섞어가며 규제 개혁을 주문하고 나선 데는 지금이 경제활성화에 나설 적기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섬뜩한 구호까지 연상될 정도의 강하고 거친 말을 구사하는 것은 자칫 대통령의 품격을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올해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느냐, 더 깊이 빠져드느냐 기로에 섰다고 보고 있다”며 “성장률과 실업률, GDP 성장률, 경상수지각종 경제지표가 회복세로 돌아선 지금의 상황이 국민들의 체감경기 회복으로까지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규제를 풀었을 때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체감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규제 관련 법률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 법 개정을 위해 국회와 협조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정부와 청와대 참모진에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박준우 정무수석, 이정현 홍보수석 등이 여야 지도부와 주요 관계자들을 수차례 만나 규제완화에 대한 국회의 역할을 당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