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를 신청한 KT ENS가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KT ENS는 12일 만기가 도래한 491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상환하지 못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자산과 부채가 모두 동결된다. 이후 한달 내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승인하면 법정관리인 주도로 자산 처분과 채무 변제 등의 회생절차를 추진하게 된다.
일단 업계에선 사업 영역이나 최근의 영업수익 추이 등을 고려할 때 KT ENS가 유동성 위기를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회사의 2012년 매출액은 5006억원, 영업이익은 72억원이다. 지난해도 매출액 5700억, 영업이익은 16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53개 KT 계열사 중 상위권에 속하는 규모다. 엔지니어링 분야 업체여서 영업이익률이 높지는 않으나 이 정도면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회사도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석 KT ENS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대출 사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구조다. 그러니까 루마니아 사업도 17차례나 롤오버(만기 연장)가 가능했던 것”이라며 “사업 정상화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법정관리의 직접적 원인이 된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도 2~3년 뒤면 수익 발생이 예상돼 포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KT ENS는 특히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 발전소 구축 사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 매출에서 절반 비중을 차지하는 유무선 통신망 구축사업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위기 극복을 점치는 이유다. KT의 주력 사업은 유무선 통신망 구축과 관련해 진단, 컨설팅, 설계, 장비 공급 및 운용,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네트워크’다. KT ENS의 지분 100%를 보유한 KT가 주 매출원이어서 앞으로도 안정적인 매출이 예상된다.
하지만 KT ENS의 회생 과정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대출 사기사건 이후 금융권에서 KT ENS에 대한 투자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KT ENS도 “지난달 20일 453억원의 CP를 자체 자금으로 상환한 뒤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했으나 여의치 않아 기업회생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대출 사기 사건의 책임 문제를 두고 공방 중인 시중 은행들은 KT ENS가 대출사기로 인한 피해액을 물어내지 않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소송 등을 통해 피해액을 회수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KT ENS는 적극적인 자구 노력을 통해 기업회생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임직원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집중적인 회생 노력이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