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후한 복지 혜택으로 금융권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이런 탓에 은행권 입사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합격률이 100:1이 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하반기 100명을 채용한 하나은행의 공채에 무려 1만3400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134대 1에 달했다. 다른 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심지어 은행 대학생 홍보대사와 기자단의 경쟁률도 최고 30대 1을 넘는다.
이처럼 힘들게 입사하지만 신입사원들은 강도 높은 연수 프로그램을 마쳐야 비로서 정식 발령을 받을 수 있다. 통상 5주에서 10주로 구성된 신입직원 연수프로그램은 금융업무를 하기 위한 필요한 지식을 강도 높게 교육을 받게 된다.
또 일반기업의 신입직원 연수 프로그램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단체기합, 철야행군, 극기훈련 등은 기본소양 교육중의 하나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군대를 경험하고 싶다면 은행에 취직해라”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최근 신한은행 신입행원 연수 과정을 담은 영상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문제가 된 장면은 신입행원들이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린 채 기마자체로 서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주인정신’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이었다. 울음을 터뜨리고 구토를 하는 일부 직원의 모습도 담겼다. 해당 영상은 과거 신한은행에서 홍보용으로 직접 제작해 올린 것의 일부분이다.
신한은행이 신입사원 교육에서 강조하고 있는‘주인의식’은 한 사람만 일탈을 해도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금융권에서 중요시 교육중 하나다. 최근 각종 금융사고에서 한 발 빗껴 있는 신한은행은 신한만의 조직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입사 10년차인 신한은행 한 직원은 “모욕적인 상황이 아니다. 아침 구보와 천리행군에 버금가는 고강도 체력훈련을 통과하고 나면 진짜 ‘신한맨’으로 태어나는 기분이 든다”며 자신있게 말한다.
신한은행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은 통상 11월 중순부터 지점에 배치되는 2월 초까지 지주사 공동 연수 2주를 시작으로 은행 자체 연수 9주를 합해 총 11주간 합숙 훈련으로 진행된다. 이 기간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으로 강도 높기로 유명하다.
이른바 ‘병아리반’으로 불리는 연수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기업은행 역시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신입 행원들은 입사 하자마자 연수에 돌입해 3개월, 6개월, 12개월 단위로 재연수를 실시한다.
외환은행은 신입행원 연수의 마지막을 50km 야간행군으로 마무리 한다. 매년 외환은행 신입행원들은 무박 2일동안 잠실운동장, 반포대교, 명동을 거쳐 외환은행 본점까지 약 50km 야간행군을 실시한다. 다른 은행들 역시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은행들이 강도 높은 신입사원 연수를 하는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은행만이 가진 조직문화가 이를 대변한다. 무엇보다 최근 각종 사건사고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금융권이다. 신입행원들은 입사와 동시에 돈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에 어느 업종 보다 전문성과 도덕성과 요구된다. 또한 주인의식과 애사심, 동기애를 키워 어렵게 키운 인재가 중도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시장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면서 은행 수익이 악화되고 있어 인력 개발 방향도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텔러, 대출, 외환 등 자신의 분야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어느 분야를 맡겨도 처리할 수 있는 복합금융인 육성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은행원은 상대적으로 많은 급여를 받으면서 다양한 복지 혜택까지 누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환경 변화에 신입직원 교육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보험권과 카드업계의 신입직원 교육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신입사원 자기역량 강화와 함께 현장 영업 경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나열식 스펙인재보다는 보다는 현장 중심의 직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겠다는 의도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