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여야 의원들은 총 52차례의 해외출장을 다녀 온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3번 중 1번은 국회 회기 중에 떠난 것으로 나타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이투데이가 입수한 ‘2013년 국회의원 해외출장 내역’(국회의장·부의장 제외)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여야 의원들이 국회 운영비로 해외에 나간 횟수는 총 52차례. 여비에 소요된 비용만 27억원에 달한다.
한 번 출장에 1억 이상을 사용한 적도 있었다. 새누리당 강석호, 민주당 임내현 의원의 경우 작년 1월11일~23일까지 13일간 칠레·우루과이·브라질 등 3개국 방문에서 1억4442만원을 여비로 지출했다. ‘남극세종과학기지 시찰 및 브라질·우루과이 공식방문’을 목적으로 하루 평균 1111만원을 쓴 것이다.
새누리당 김희정, 남경필 의원은 ‘남미지역 수교 50주년 기념 및 산업협력 증진 대표단’ 자격으로 1월9일~19일까지 11일 간 페루와 브라질을 방문, 1인당 4746만원씩 총 9493만원을 쓰고 돌아왔다.
새누리당 이재오·유기준, 민주당 한정애·배재정 의원은 ‘IPU(국제의회연맹) 제128차 춘계 총회’ 참석을 목적으로 3월20일~30일까지 11일 동안 에콰도르를 방문해 1억1771만원을 사용했다.
이밖에도 각국 ‘우호협력 강화’를 명분으로 외유성 출장이 줄을 이었다. 방문국에서 상당부분 비용을 들여 의전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실제 쓴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방문 성과 등에 대해선 제대로 된 설명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예정된 일정도 소화하지 않고 개인적인 관광을 떠나면서 접견을 준비했던 방문국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건 국회가 민생법안 처리에 진통을 겪고 여야 간 대치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이에도 ‘나 몰라라’ 해외출장을 떠나버리는 무책임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 52차례의 해외출장 중 무려 17번(33%)이 국회 상임위 등의 업무와 무관한 해외출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새누리당 정우택, 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2월 임시국회가 열리던 와중인 2월26일~3월2일까지 ‘세계경제 전망’ 등을 위한 회의참석을 이유로 프랑스로 떠났다.
새누리당 남경필·이현재·김동완,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6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던 6월17일~23일까지 7일 동안 ‘상호 협력증진’을 이유로 독일을 다녀왔다.
새누리당 이주영·김재경, 민주당 이미경·임수경 의원은 8월 임시회 회기 중이던 8월20일~29일까지 무려 10일 동안 칠레·아르헨티나 방문을 위해 국회를 비우기도 했다.
국정감사 등이 이뤄지는 정기국회 회기 중에도 직무와 무관한 7차례의 해외출장이 있었다.
여야는 외유성 출장을 자제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해외출장 계획서를 제출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국회의장이 대부분 허락하고 있다”면서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출장일정에 대한 보다 세밀한 심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