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 때 연을 날리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때 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표현이지만 이는 꼭 내게 불어오는 순풍일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역풍이라 해도 바람은 바람인 법이다. 역풍에 돛을 올릴 수 있는 결단력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기도 한다.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는 <성공 - 리스크>와 관계가 있다.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으면 시장을 흔들 정도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기업의 위기(危機)가 곧 ‘위험한 기회’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최근에는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을 시 이를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활용’하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위기를 활용한다? 자칫 모순된 말일 수 있지만 최근 발간된 『과자 전쟁』(도서출판 새빛, 2014)에는 역풍을 이용해 더욱 큰 바다로 나아가는 과정을 상세히 담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참여-공유-개방의 시대로 접어들며 의식주 중에 특히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이에 따라 소비자 역시 검증된 음식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으며, TV 프로그램에서 음식 검증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등의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설탕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며 그 중심에 있는 주전부리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거세다. 이에 따라 과자 산업이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되었으며 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과자 업계를 괴롭히는 주요한 이슈였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반기를 든 것이 오리온 <닥터 유>이다.
과자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고가의 브랜드가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위와 같은 과자 산업에 대한 불신이 배경이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역풍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 웰빙과 로하스의 유행, 그리고 과자시장을 고발하는 책과 다큐멘터리 등으로 촉발된 소비자의 외면으로 인해, 어느새 과자는 우리 아이의 건강을 해치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모두가 과자산업의 미래에 대해 고개를 저었고, 급락하는 매출과 깊어지는 소비자들의 불신은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까지 느껴졌다.
이에 <초코파이>, <다이제> 등으로 과자시장의 강자 자리를 지켜온 오리온은 새로운 결단을 한다. 맛만 좋은 과자가 아니라 영양도 풍부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지켜주는 헬스테인먼트(헬스: 건강 + 엔터테인먼트: 즐거움) 제품을 만들어보겠다는 것.
그래서 저자 이관중 前 (주)오리온 부사장(당시 연구소장)은 서울대 의대 유태우 박사 연구팀과 손잡고, 각고의 노력 끝에 맛과 영양을 모두 만족시키는 새로운 과자 <닥터 유>를 탄생시킨다. 그리고 <닥터 유>는 출시와 함께 선풍을 일으키며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2013 <우리 아이를 위한 베스트 브랜드> 등 각종 시상을 휩쓸며 명실상부한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닥터 유>의 이례적인 성공은 유럽 최고의 경영전문대학원 INSEAD에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저자는 <닥터 유>의 탄생 과정에서 있었던 많은 사건과 고민들을 경영학적 지식과 연결해 생생하게 설명하고, 위기 속에서 팀을 이끌어갔던 리더십과 주요 의사결정 순간에 활용했던 경영기법 등도 세세하게 소개한다. 그래서 이 책은 모든 비즈니스맨들이 일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훌륭한 경영교과서이자 사례가 된다.
군 제대 후 건빵 생산공장에서부터 시작해 연구소장을 거쳐 부사장에 오르기까지, 평생 한 직장에서 과자를 만드는 데 전념해 온 저자의 ‘인생’과 ‘진심’이 담긴 이야기는 뭉클한 울림을 준다. <초코파이>, <다이제>, <포카칩> 등 익숙한 과자 에피소드들도 흥미진진함을 더한다.
모두가 위기라며 힘들어하지만, 사실 기업은 원래 늘 위기에 처할 운명이다. 그래서 위기를 피하기보다는 위기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이 시기, 최악의 위기를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낸 <과자전쟁>의 멋진 성공사례를 참고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