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그룹의 여인들, 편법 재산분할 의혹

입력 2006-04-18 13:19 수정 2006-04-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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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 성이씨 비상장사 ‘이노션’으로 경영참여

비자금 수사와 관련 검찰이 현대차 정 회장 부자의 처벌 수위를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이정화씨, 정성이씨 등 이른바 ‘현대차 여성’들에 대한 편법재산분할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비상장사의 대표이사와 대주주로 등극하며 재산분할 및 경영권 일부를 승계 받으면서 정의선 사장과 ‘닮은꼴’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현대차가 조성한 비자금이 정의선 사장을 필두로 한 이들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쓰여 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몽구 회장의 부인인 이정화씨와 첫째 딸인 정성이씨는 정의선 사장이 기아차의 대표이사로 등극한 시기와 같은 지난해 비상장사 두 곳의 경영자로 돌연 등장했다.

이정화 해비치리조트 대표이사는 원래 지난 2003년 이사로 발령 받았지만 그동안 실질적인 경영참여는 하지 않았다. 단순히 지분만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04년 말 무슨연유인지 지분매입을 통해 이 회사 3대 주주에 오른 뒤 이듬해인 2005년 3월부터 대표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월에 정의선 사장이 기아차의 수장에 오른 지 불과 두 달만의 일이다. 해비치 리조트는 제주도에 해비치컨트리클럽(골프장)과 해비치레저, 그리고 해비치오션사이드(콘도)를 운영하는 종합레저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기아자동차 40%, 위아 25%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이 대표가 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정화 대표는 올해 67세이며 사실상 35년간 전업주부로 활동해왔다. 비록 전문경영인인 오성훈 대표이사와 함께 김창희(엠코 대표이사이자 현대자동차 부사장) 대표이사가 공동대표이사로 이정화 대표를 돕고 있지만 골프장 건설 및 관리 등 대외업무가 전업주부로 살아온 이 대표에게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명목상의 대표이사일뿐 대부분의 경영은 오 대표와 김 대표가 맡아서 하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시각이다.

따라서 그녀가 갑자기 리조트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되어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그 배경에 의아심이 높아지고 있다. 왜 굳이 정몽구 회장은 아내인 이정화씨를 해비치 리조트의 대표이사로 앉혀야 했을까. 이 대표가 갑자기 사회로 나선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았나하는 것이 재계의 주된 시각이다.

비상장사인 광고회사 이노션에도 정몽구 회장의 장녀 성이씨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설립된 그룹 종합광고대행사인 이노션에 40%의 지분을 갖고 고문으로 경영에 참여, 7월 기아차의 그랜드카니발 신차발표회를 주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월 정의선 기아차 대표이사, 3월 이정화 해비치리조트 대표이사에 이어 공교롭게 두 달만에 정성이 이노션 고문으로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전업주부였던 그를 최대주주이자 고문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일부에선 정 사장의 지분 참여로 빚어질 잡음을 줄이기 위한 '물타기'라는 주장과 함께 맏딸에게도 경영권 일부를 승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정성이 고문이 보유한 이노션의 지분은 40%인데 공교롭게도 정의선 사장 역시 '공평하게(?)' 40%로 나눠 갖고 있다.

결국 "이노션이 총수의 2세에게 유망한 사업 기회를 넘겨주고 계열사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와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승계하려는 의도가 비친다"는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는 셈이다.

이노션은 현대/기아차의 광고 대부분을 수주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04년 광고선전비로 각각 1220억원과 911억원을 지출하는 등 국내 초대형 광고주 중 하나다. 이노션의 등장으로 광고업계 판도가 완전히 바뀌는 지각변동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정성이씨는 이노션의 최대주주이며 실질적으로 모터쇼 참석, 신차 발표회 이벤트 계획, 광고제작지휘 등 실질적으로 대내외적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고문이라는 피상적인 직책을 맡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의 경영 승계와 더불어 재산분할은 정의선 사장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이미 정몽구 회장 일가에 대한 재산 분할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정 사장의 예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비상장회사를 물려주는 방식으로 사업시작 초기에 물려받고 있다. 만약 회사가 상장하거나 대규모 흑자를 낸 뒤에 증여하면 주식 수도 크게 늘고 주가도 크게 올라 증여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역으로 보면 물려준 비상장사를 잘 키워 상장시키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재산 축적과 함께 경영권도 승계받을 수 있는 밑천도 장만되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개의 계열사를 새롭게 편입시키며 지난해 10대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 증가율을 보이도 했다.

◆우후죽순 비상장사 설립... 청산 부작용 생겨

이에 따른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생겨났다. 지난 3월에 청산한 해비치레저가 대표적인 예다. 해비치레저는 지난해 6월 체육시설과 관광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해비치레저’를 설립해 계열사에 추가했다. 자본금은 180억원으로, 현대차 50%, 기아차 25%,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가 25%의 지분을 각각 출자했다.

문제는 기존 해비치컨트리클럽과 해비치리조트 등과 사업부분이 겹치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를 지속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염불보다는 젯밥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한편, 부인인 이정화씨와 첫째인 성이씨를 제외하곤 아직도 둘째인 명이씨와 셋째인 윤이씨는 여전히 전업주부로 남아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현대차의 퇴직임원은 "정몽구 회장의 첫째 사위(선두훈씨)가 병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과 달리 둘째와 셋째 사위들이 이미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에서 대표이사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딸들이) 쉽게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즉 첫째 사위가 의사집안에서 태어나 병원경영을 물려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대차 그룹에 합류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따라서 큰딸이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둘째 사위인 정태영씨가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으로, 셋째 사위인 신성재씨가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맡아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그룹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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