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작곡, 고스트라이터의 또다른 이름으로 전락할까 두렵다 [유혜은의 롤러코스터]

입력 2014-02-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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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최근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판 베토벤’으로 불리던 청각 장애 작곡가 사무라고치의 성공스토리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각 장애를 딛고 교향곡 1번 ‘히로시마’를 작곡한 그는 대리 작곡가, 일명 ‘고스트라이터’를 통해 18년 간 대중을 속였다. 18년 동안 그늘에 숨어 있다 모든 것을 밝힌 대리 작곡가는 사무라고치의 청각 장애조차 마케팅을 위한 연극이라고 폭로했다. 삶 자체가 거짓투성이였던 셈이다.

고스트라이터는 문화계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번에 밝혀진 사무라고치는 빙산의 일각일 뿐 수많은 고스트라이터가 전 세계의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업계에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공개됐을 경우 불어닥칠 태풍을 피하기 위해 쉬쉬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고스트라이터가 보다 교묘한 형태로 발전하면 공동 작곡가가 되기도 한다. 공동 작곡이란 말 그대로 함께 곡을 함께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그 곡을 직접 가창하는 가수와 작곡가가 나란히 공동작곡가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동 작곡은 공동 작곡이란 사실만 명시할 뿐 곡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는 알리지 않는다. 과연 누가, 어느 정도 선까지 창작에 관여했는지 일반 대중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악용하면 가수가 작곡에 극히 일부분만 참여했더라도 곡을 발표할 때 공동 작곡가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미국 빌보드 차트를 휩쓴 세계적인 팝스타들 중 일부도 다 만들어진 곡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의혹을 받은 적이 있을 만큼 공동 작곡의 폐해는 익히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공동 작곡이 우리 대중 음악계에 지나치게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원 차트를 점령한 히트곡의 절반 이상은 공동 작곡가가 줄줄이 늘어선다. 특히 공동 작곡은 아이돌 음악에서 두드러진다. 아이돌 멤버의 자작곡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싱어송라이터의 측면을 부각시키지만 작곡 작사 편곡까지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해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 프로 작곡가들의 이름 사이에 아이돌 멤버의 이름이 끼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가수들은 ‘음악적 동반자’란 미명으로 공동 작곡을 당연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공동 작곡이 남발되다보니 대중의 의심도 점점 커진다. 우리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가수 지드래곤 역시 5년 전 대리 작곡 논란에 휘말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이를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당시 양현석 프로듀서는 지드래곤이 멜로디와 가사를 만드는 일과 YG 작곡팀이 반주를 만드는 일이 철저한 분업 아래 이뤄진다고 공동 작곡 과정을 설명했다.

음악을 들으며 그 진정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미 공동 작곡이 대중음악계의 관행처럼 자리매김한 지금, 공동 작곡자에 이름을 올린 가수들이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무턱대고 가수의 양심에 맡기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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