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여고생 세 명이 오디션 프로그램 무대에 등장한다. 과연 어떤 노래를 부를까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호기심이 모아진다. 목청을 가다듬은 이들은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 ‘아이 해브 낫싱(I Have Noting)’을 유창하게 부르며 아름다운 화음을 선사한다.
SBS ‘K팝스타3’의 인기 참가자 짜리몽땅의 본선 등장 모습이다. ‘K팝스타3’ 본선 1라운드 탤런트 오디션에 오른 26팀의 참가자 중 17팀이 팝송을 선곡했다.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비율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팝송을 선호하는 현상은 새삼스럽지 않다. 특히 풍부한 감정 표현이 두드러지는 아델(Adele)이나 비욘세(Beyonce)의 노래는 단골 레퍼토리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의 팝송 편중 현상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한 시청자는 ‘K팝스타3’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팝송은 듣는 사람이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데 무엇으로 진정성과 감동을 느낄 수 있나”라며 “이럴 거면 ‘아메리칸 팝스타’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렇다고 프로그램 제작진이 참가자들의 팝송 선곡을 막을 수는 없다. 엠넷 ‘슈퍼스타K’ 시리즈를 제작하는 CJ E&M 방송팀은 “참가자들의 선곡은 전적으로 자율에 맡긴다. 팝송 혹은 가요로 편중된다 해도 제작진이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케이블채널 엠넷 ‘보이스코리아’ 우승자 출신 가수 손승연은 “팝가수들의 목소리 색깔이 다양하고 또렷해서 더 많이 찾게 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인생을 거는 오디션에서 가요를 부를 경우 원곡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하는 부담을 피하고 싶은 마음 역시 반영돼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팝송 선호 현상은 가수 지망생들이 음악을 접하는 범위를 반증하는 사례로 보인다”라고 진단하며 “노래는 듣지 않으면 부를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이 가요를 넘어 폭넓은 음악을 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긍정적인 시선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