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대 KT 자회사 대출사기가 경찰의 협력업체 압수수색으로 ‘제2라운드’를 맞이한 가운데 은행들의 대출심사가 또 도마위에 올랐다.
경찰과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협력업체와 은행 내부직원의 조직적 사기행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금융권 여신심사 과정에 대한 불신이 점점더 높아지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인천 부평구 청천동 등지에 있는 6개 협력업체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이들 업체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관련 장부 등 서류를 확보했다. 또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협력업체 사장 4명의 행방도 쫓고 있다.
조사가 진행될 수록 불어나는 피해규모에 은행권 대출심사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KT ENS(전 KT네트웍스)는 자본금이 570억원에 불과하다. 당기 순이익이 50억원도 채 되지 않는다. 협력업체 가운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NS쏘울은 자본금 11억5000만원에 불과한 영세 납품업체다.
은행들은 자본금에 버금가는 돈을 KT 자회사란 점을 감안해 ‘상환능력 충분’이라고 판단했다. 여신심사에서 따져보는 △자금용도 적정성 △차주의 신용등급 적정성 △적정 대출한도 심사 과정 등에서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13개사에 달하는 은행들이 수년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구축된 금감원 여신상시감시시스템에을 통해 포착됐다. 차주 이름은 다른데 집 주소와 전화번호가 동일하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1년만에 금감원이 잡아낼 사기대출을 13개 은행은 수년간 몰랐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은행 내부직원의 공모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 피의자들은 은행 내부통제의 감시망을 피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타행(다른 은행) 송금으로 보내오는 대출 원리금 입금 계좌를 조회할 수 없다는 여신심사 시스템의 허점도 파악하고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억에 달하는 대출사기를 수년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공모자들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해당사자들의 상납구조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