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4년 동안 올림픽을 기다려온 선수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의 눈과 귀가 동계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역대 최대 선수단이 러시아 소치로 향했고,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 종목간의 온도차는 여전하다. 이른바 ‘메달밭’으로 불리는 쇼트트랙이나 스피드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활약하는 피겨 스케이팅 등 인기 종목은 연일 방송을 통해크게 다뤄지고 있는 반면 메달 획득 가능성이 희박한 비인기 종목은 전국민적인 관심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인기 종목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점이다. 다소 의식적이기는 하지만 뉴스에서도 비인기 종목에 대한 언급을 빠뜨리지 않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해당 종목의 선수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애정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무한도전’은 2009년 동계 올림픽 종목 중 하나인 봅슬레이에 도전했다. 당시 봅슬레이는 이름부터 생소한 스포츠였다. ‘무한도전’ 멤버들 역시 봅슬레이를 소재로 한 영화 ‘쿨러닝’을 예로 들며 시청자들에게 봅슬레이를 소개해야했다.
‘무한도전’은 봅슬레이 국가 대표팀의 열악한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멤버들의 봅슬레이 도전기와 함께 다루며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가히 국내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이 봅슬레이를 다루자 여파는 굉장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봅슬레이를 알리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낸 것이다.
그동안 ‘무한도전’은 봅슬레이, 조정, 복싱 등 비인기 종목을 프로그램에 끌어들였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멤버들이 직접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과 체조 경기를 중계해 대중이 빛 속에 숨은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예능 프로그램이 반드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야한다거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감동을 줘야할 의무는 없다. 시청자들에게 신나고 유쾌한 시간을 선사하는 본래의 임무만을 수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잠깐 웃고 즐기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채널이 늘어나고 프로그램의 갯수도 함께 늘어나면서, 이른바 ‘전파 낭비’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프로그램도 무수히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은 대중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이다. 하지만 이를 만드는 무거운 책임감 대신 상업주의에 매몰된 제작진과 방송국이 너무도 많다. 그 사이에서 ‘무한도전’이 보내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꾸준한 관심은 선수과 관계자에게 더욱 소중하다.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다. ‘전파 낭비’ 속에서도 시청자들이 매스미디어의 순기능을 여전히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