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전에서 1-0으로 승리했던 한국은 멕시코에게 0-4로 패했고 미국에게도 0-2로 패하며 전지훈련 중 가진 평가전에서 1승 2패의 성적을 올렸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만족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결과다.
멕시코전에서 호된 예방주사를 맞은 한국은 미국전에서 그나마 좀 더 나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세 번의 평가전에서 드러난 문제를 크게 정리하면 결국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 불안이다. 다시 말하면 어디 하나 안정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셈이다.
상대를 떠나 세 경기에서 단 한 골에 그친 것은 국내파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코스타리카전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사실상 평가전에 임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던 팀을 상대로 1골에 그친 것은 아쉽다. 멕시코와 미국을 상대로는 전지훈련 기간 손발을 맞춘 것이 무색할 정도로 공격은 무뎠다.
수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전은 멕시코전에 비해 원활했지만 멕시코전을 통해 드러난 모습을 수비 조직력도, 투지도 실종된 모습이었다. 멕시코와 미국 역시 베스트 멤버를 모두 소집할 수 없었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국내파 위주의 대표팀 구성이었다는 주장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집중적으로 호흡을 맞춘 우리 대표팀의 조직력이 더 좋아야 했던 것이 상식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팀들은 벨기에와 러시아 등은 멕시코와 미국보다 결코 수준이 낮은 팀이 아니다. 월드컵 개막을 4달 남짓 남긴 상황에서 대표팀이 해야 할 일은 색깔을 분명히 찾아야 하는 점이다. 어차피 브라질에 갈 선수는 23명. 골키퍼를 제외하면 필드 선수는 단 20명이다. 국내파라고 해서 모두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해외파라고 해서 승선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특히 유럽파들은 일부 포지션에 자원이 몰려 있는 만큼 국내파들이 들어설 여지는 충분하다.
결국 월드컵 본선은 국내파와 해외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밖에 없고 홍 감독이 해야 할 일은 이들을 섞어 최적의 조합을 찾는 일이다. 어떤 선수들이 최종 선택을 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사실상 국내파들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더 이상의 새로운 선수 시험은 의미도 없을뿐더러 시간도 없다. 해외파들에 대한 검증이 남아있지만 아직 절반의 시즌이 남아있고 대부분 대표팀에 소집됐던 선수들인 만큼 홍 감독이 검증할 시간은 충분했다.
이번 전지훈련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외형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결과를 떠나 내용이 좋지 않았다. 소집됐던 국내파들로서는 쏟아지는 팬들의 비난에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대표팀을 꾸릴 권한은 오로지 감독에게 있고 홍 감독이 생각하는 이번 전지훈련의 성과가 충분하다면 팬들의 비난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홍 감독 스스로도 세 차례의 평가전에 대해 "많은 것을 얻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고 "월드컵 본선에 가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 스스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분명히 전지훈련을 통해 얻은 것이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3월 초로 예정된 그리스와의 평가전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한국 국적을 가진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최정예 멤버를 꾸리겠다”는 것이 홍 감독의 계획이다. 최정예 멤버를 꾸린다는 것은 결국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나 격려 등은 홍 감독 스스로가 정한 그리스전 이후로 잠시 미뤄놓아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