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미국 출구전략, '신흥국' 금융시장 '살얼음'

입력 2014-01-3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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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터키·남아공 이어 브라질·인니도 금리인상할 듯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자금유출로 타격을 받을 신흥국들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외환시장 방어에 나서는 등 금융위기를 피하기 위한 대응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신흥국의 대응은 자국에서 빠져나가는 외화를 붙잡아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금융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30일 미국 출구전략에 '취약한 5개국(Fragile 5)'으로 꼽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가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도 '터키 정책금리 긴급 대폭 인상 및 여타 신흥국에 대한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금융시장 불안을 겪는 신흥국이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다음달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매달 6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추가 축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것은 인도였다.

지난 28일 인도 중앙은행(RBI)은 기준금리를 7.25%에서 8.00%로 전격 인상하며 통화가치 방어에 나섰다. 이어서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움직였다.

터키 중앙은행은 29일 주요 정책금리인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금리를 4.5%에서 10%로 5.5%포인트나 대폭 인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금리 인상 전날까지도 반대 의견을 표하는 등 그간 터키 중앙은행은 정치적 압력 탓에 기준금리 인상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터키 리라화 가치가 8.1% 떨어지자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인 레포금리를 5.0%에서 5.5%로 인상했다. 이와 함께 다음 달 13일 인도네시아와 같은 달 26일 브라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가 "필요하다면 향후 정책 방향을 조정하겠다"고 지난 28일 언급한 이후 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브라질은 작년 4월 이후 기준금리를 3.25%포인트 올렸다.

시장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서며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급격한 자본 유출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 대응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신흥국들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취약 5개국'에 대한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좋지 않다. 경상수지 등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변하지 않는데다, 인플레이션마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길어야 1개월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우희성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리 상승 시기에 신흥국들이 정책금리 인상에 가세하면, 세계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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