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혼란에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주요 신흥국들이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 우려라는 더블 펀치를 맞으면서 글로벌 경제가 연초부터 폭풍우에 휘말리고 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27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2.5% 급락한 1만5009.04로 장을 마쳤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 초반 심리적 저항선인 1만5000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홍콩증시 항셍지수가 2.1% 급락했으며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도 0.7% 하락했다.
MSCI신흥시장지수는 이날 1.2% 떨어져 지난주의 2.3% 하락세가 이어졌고 MSCI아시아ㆍ태평양지수는 1.9% 빠졌다.
신흥국 불안에 안전자산인 일본 엔 수요가 급증하면서 달러ㆍ엔 환율은 장중 101.77엔으로 지난달 6일 이후 7주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HSBC홀딩스와 영국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이코노믹스가 지난 23일 발표한 중국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금융시장의 연쇄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지수가 49.6으로 6개월 만에 제조업 경기가 위축세로 돌아섰음을 시사하면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중국 원자재 수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남미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동시에 연준이 오는 28~29일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약 11조원) 더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신흥시장 불안감을 키웠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이슈들이 동시에 터지면서 신흥시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야마우치 도시야 우에다할로우 선임 애널리스트는 “신흥시장에 대한 계속되는 우려로 엔 숏(매도)포지션이 줄어들 것”이라며 “달러ㆍ엔 환율이 100엔 선으로 후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신흥시장 정책당국자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어서 당국의 조치가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르헨티나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감소에 외환시장 개입 포기를 선언하면서 지난주 달러당 페소 가치는 15%나 하락했다. 터키중앙은행은 2년여 만에 외환시장 개입을 선언했으나 터키 정부 고위 관료들의 부패 스캔들과 당국의 기준금리 인상 자제 움직임에 리라 가치 하락을 막는 데 실패했다. 달러당 리라 가치는 지난주 4.4% 빠졌다.